민생 시급한데···'3김 여사 특검' 주장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유력 정치인 배우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동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매스컴을 덮었다면,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단독 인도 방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가 관련 공방에 치중하면서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에 '3김 여사 특검'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3김'은 김건희·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인 김혜경 씨를 지칭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배우자 리스크'로 가장 곤욕을 치렀던 이는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의혹'을 받으며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지난 1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은 절정에 달했다.
최근 김건희 여사는 총선 전 중단했던 공개 행보를 재개하며 논란 돌파에 나섰지만, 야권은 오히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여당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김 여사를 지목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은 정치권의 배우자 리스크를 더욱 확대시켰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설명했는데, 이를 여당이 '외유성 출장'이자 '특검 대상'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면서다.
배우자 리스크와 관련해 오랜만에 공세를 취하게 된 여당은 김건희·김정숙 여사에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공무원 사적 심부름 동원 의혹'을 받는 김혜경 씨를 더해 '3김 여사 특검'을 하자고 주장한다.
지도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여당이 논란에 대응할 좋은 카드를 얻게 됐다는 평가다. 한 여당 인사는 "만약 야당이 김건희 특검을 주장하면서 김정숙·김혜경 특검은 못 받겠다고 한다면 국민적 공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자 리스크가 진영을 가리지 않고 터지면서 여야 정치인들도 관련 공방에 몰두하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여야가 정쟁 요소에 몰두하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물가 대책이나 사회제도 개혁과 같은 시급한 현안이 다뤄질 기회가 줄어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다뤄야 할 민생 현안이 많은데, 완전히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라며 "여야가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