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9% 육박...저축은행 사태 후 최고 수준
부실채권 10조 넘어...1분기 1543억 순손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건전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대출을 내주고 돌려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10조원을 넘어섰고, 연체율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9%에 육박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다. 올해 저축은행 적자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0.32%였다. 고정이하여신은 석 달 이상 연체돼 떼일 가능성이 높은 채권을 의미한다. 저축은행 전체 여신이 101조3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부실채권 규모만 10조4500억원에 달한다.
연체율은 8.8%에 달했다. 지난해 말(6.55%) 대비 2.25%포인트 올랐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던 2015년 말(9.2%)에 근접한 수치다. 부동산 PF 대출 등 기업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7.48%)부터 석 달 사이 3.52%포인트 치솟아 11%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154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다섯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저축은행이 1년 넘게 분기 기준 연속 적자를 이어간 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기(-527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세 배 가까이 커졌다.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은 대출 축소에 따라 이자수익이 감소(-2336억원)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들어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했다. 또 부실채권을 매각·상각(자산 제외)하며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그 결과 저축은행 총여신은 지난해 말(104조원) 대비 2.6%(2조7000억원) 줄어든 10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도 적자 폭을 키웠다. 저축은행 업권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만 1326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2.99%로 법정 기준(100%) 대비 12.99%포인트 초과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2분기 실적이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앞서 발표한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안’에 따라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의 PF 대출 예상 손실을 최대 4조8000억원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추가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