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족 위한 특별 공간 ‘마련’ vs 시간제한·최소 1인1음료 ‘제재’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과거 카페는 음료를 마시는 공간, 수다를 떠는 공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가 컸다. 하지만 최근의 카페에서는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사람, 모여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취업난이 심해짐에 따라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페 스터디족’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스터디족의 급증에 반색을 하고 나섰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회의 테이블을 제공하고, 카페베네 역시 세미나실·미팅룸을 따로 마련했다. 엔제리너스도 회의실을 운영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대학가 주변 매장에 세미나룸과 대형 테이블 등 대학생, 직장인들이 단체로 이용하기 좋은 시설을 구비했다.
경쟁 카페들도 회의나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동시에 혼자 공부하러 오는 고객들을 위해 1인석도 늘렸다. 이들은 시험기간에 맞춰 24시간 영업, 카페 안 사물함 구비 등 카페 스터디족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페베네 매장 직원은 “공부를 하는 고객들이 장시간 체류하고 있지만 그 시간 동안 음료나 디저트를 계속 구매하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지만, 매장마다 방침이 다른 경우도 있다.
서울 홍대의 A프랜차이즈 카페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반드시 1인당 음료 한 잔을 꼭 소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매장 직원은 여러 명이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에 이 같은 매장 방침을 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카페의 방침에 고객들은 불평·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매장에 자리가 없어 들어왔다가 나가는 손님이 더 많아 어쩔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소 커피 전문점도 스터디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 전문점 사장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음료가 30% 가량 저렴한 한데다 매장 공간도 협소한데, 스터디족이 오래 자리를 차지할 뿐더러 외부음식을 반입해 먹거나 잠깐 외출할 때 자리를 맡고 나가 다른 손님들이 이용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중소 커피 전문점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혹시라도 이미지가 크게 훼손 될까 카페 스터디족을 제재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
반면, 취업준비생들이 대부분인 카페 스터디족도 눈치가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음료 한잔을 마셔도 5000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매일 이용하는데 부담이 된다는 것.
한 취업준비생은 “저렴한 커피 가격 때문에 주로 작은 커피 전문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눈치가 보여 2시간 정도 지나면 새 음료를 주문하려고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페 스터디족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곳도 늘었다. 스터디룸을 함께 운영하면서 카페 분위기를 조성해 음료 한잔만 시키면 얼마든지 자리를 이용해도 좋다는 조건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촌, 홍대 등 대학가 근처 카페에는 취업준비생들과 같은 카페 스터디족 뿐만이 아니라 음료를 즐기기 위한 소비자도 많아 매장이 혼잡스럽다”며 “앞으로 스터디족을 위한 카페와 공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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