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민관 원팀으로 유럽·동남아·미국 등 수출 영토 확장 나서
지난달 '포스트 유럽' 동남아와 국방·방산분야 협력 강화 방안 논의
美진출도 가시화…다만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연내 체결 불투명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각 지역서 군비 지출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K-방산이 민관 원팀으로 힘을 모아 수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달 루마니아에서 열린 'BSDA 2024' 방산전시회에 이어 지난 17일부터 개최된 '유로사토리 2024'에 잇따라 참석하면서 동유럽 방산시장 진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로 인한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이 지역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방산업계는 루마니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 대비 45% 늘린 208억 달러(약 27조5000억원)를 책정했다. 2032년까지 주요 무기 도입에 399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자주포와 레드백 장갑차를 통해 수주에 나섰고,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내세워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K9자주포 계약은 최종 계약 단계를 남겨 놓고 있어 상반기 내 가장 빠른 수출 낭보가 기대된다.
기업들의 유럽 세일즈 지원을 위해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섰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부터 22일까지 루마니아와 폴란드를 방문해 한·루마니아 국방장관회담 및 제2차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K방산 견제론'이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협력과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
'민관 원팀' K-방산은 유럽 뿐만 아니라 동남아, 미국 등 수출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동남아는 시장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매년 국방비 지출을 두 자릿수 이상 늘리고 있어 '포스트 유럽'으로 꼽힌다. 실제 2018년~2022년 5년간 우리나라 무기의 최대 수입국은 필리핀, 인도, 태국 순으로 모두 아시아 지역이었다.
이에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방산전시회(DSA)에 참석해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국과 국방·방산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국방장관과의 만남에선 지난해 5월 계약된 FA-50 1차 수출 성과를 평가하고 추가 2차 수출방안과 FA-50 후속군수지원 인프라를 말레이시아 현지에 구축하는 방안 등을 협의했다. 천무와 천궁-Ⅱ 등 수출 협의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석 청장은 필리핀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선 필리핀의 3단계 군 현대화 계획에 맞춘 분야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필리핀 측은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와 FA-50, 잠수함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측과는 이미 도입 의사를 밝힌 K-9 자주포와 관련 정보를 적극 공유하고 추진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시장 진출에도 본격 도전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방산 시장은 글로벌 방산기업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곳인 만큼 수출에 성공한다면 '방산 4대 강국'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미국 로봇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한 후 현재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또 유도로켓 '비궁'도 다음달 미 국방부의 최종 성능 평가(FCT)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함정 MRO시장 진출을 위한 자격인 MSRA를 취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록히드마틴과 함께 개발중인 FA-50 경공격기의 개량형 'TF-50'을 앞세워 미 해군 고등·전술훈련기(UJTS) 도입 사업을 따낸다는 목표다.
다만, 한국 정부가 미국 방위산업 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 체결을 목표로 한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이 미국 의회 일각의 문제 제기로 신속한 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은 국방 부문에서 무역 장벽을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방위산업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린다.
미국 회계감사원(GAO) 검토 결과가 이르면 올해 8∼9월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어 한미 간에 연내 협정 체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산 구매가 민감한 소재가 될 수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