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 증시에 활기가 돌고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가 본격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맞물린 덕이다. 하반기 ‘삼천피 돌파’에 대한 기대도 짙어지고 있다.
9일 BNK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기존 3000에서 3200으로 상향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하반기 시장 전망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 상단을 3200으로 높였고,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은 3150,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3100선까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호실적이 도화선이 됐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약 25% 웃돈 2분기 영업이익(10조4000억원)을 발표하자 삼성전자는 2.96%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덕에 코스피지수도 1.32% 상승한 2862.23에 거래를 마감하며 2900선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정보기술(IT)산업 성수기인 3,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영업이익 예상치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자 코스피200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가 추가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스피지수의 상승 여력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국내 상장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70~8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8%밖에 오르지 못했다”며 “실적 개선세가 확실시되는 삼성전자 주가가 약진한다면 코스피지수도 3000까지 무리 없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목별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7월 들어 5일 기준 전달보다 6.87% 오르면서 8만7000원선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3년 중 최고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와 주가 행보를 함께 하는 SK하이닉스는 연고점을 찍은 시기가 엔비디아가 뉴욕증시 정점에 올랐던 6월이긴 하나, 7월에는 23만원대에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7월 들어 엔비디아가 주춤하면서 SK하이닉스도 등락을 반복하는 와중에도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도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고, 상장 5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강세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인 배당주에서 정부의 밸류업 기조를 타고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변모하고 있는 KB금융도 연일 52주 신고가를 돌파하면서 금융주 전반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대형주들의 동반 오름세가 국내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큰 폭의 서프라이즈를 내면서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를 끌어올려 지수 상승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코스피가 또다시 연고점 재경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코스피를 주시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연이어 공시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강한 '서머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하반기 코스피 지수 목표치를 발표한 증권사들이 대거 삼천피를 내다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3200까지 제시했으며,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3150,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3100으로 목표치를 잡았다. 한국투자증권도 3000을 제시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1.6% 상향 조정됐는데 이는 전망치 15%·환율 효과 5% 상향 등이 더해진 결과다. 삼성전자의 서프라이즈가 코스피 2800 중반 수준을 결정했다면,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 강도가 결정되고 코스피 2900선 돌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피크아웃(정점 후 상승세 둔화)'를 비롯해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에 대한 실망감, 미국 대통령 선거, 엔비디아 등 기술주 조정, 국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어닝 쇼크' 등 코스피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해석이다.
김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금융 외 업종들은 7월 들어 대체로 상반기와 달라진 흐름을 보인다. 그간 증익에 대한 기대가 꾸준히 주가에 반영된 종목이나 업종에서 쉬어가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상반기 증시를 주도한 이익 모멘텀의 기울기가 점차 완만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