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집중 육성에 나섰다. 다만 투자 한파로 스타트업계가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가 대·중견기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딥테크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는 1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0% 늘어났다, 일반 벤처투자회사에 대한 신규 투자 증가폭(19%)보다 4배 이상의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딥테크란 △AI·빅데이터 △시스템반도체 △로봇 △이동수단(모빌리티) △클라우드 · 네트워크 △우주항공 △친환경기술 △양자기술 △생명(바이오) △차세대원전 등을 의미한다. 이 중 AI 분야 투자액(2700억원)은 지난해 대비 447% 증가했는데, 2위인 클라우드(1300억원, 198%), 3위 우주항공(480억원, 156%)에 비해 2배 이상 격차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정부의 민관 협력 지원 프로그램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일부 인기 분야를 제외하면 업계는 전반적으로 ‘투자 가뭄’에 시달렸다. AI분야는 표면적으론 1502억달러 대규모 시장 규모를 형성했지만, 투자 주목을 받는 분야는 ‘의료AI’로 한정됐다. AI 인덱스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민간 AI 투자 건수는 지난해 3538건으로 나타나 지난해 대비 12% 줄었다. 새로 투자받은 AI 기업의 수 역시 1392개로 17% 줄었다. 반면 미국 스탠포드대학 인간중심AI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AI 분야에만 61억달러의 투자가 집중돼 독보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렇다보니 올해 고액의 투자금을 획득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상반기 벤처투자회사·조합으로부터 투자받았던 기업은 1228개며, TIPS 등 중소벤처기업부의 투자연계형 지원을 받았던 기업은 1471개사다. 그 중 고성능 반도체를 설계하는 리벨리온과 딥엑스, 생성 AI 기술을 활용한 언어모델(LLM)을 개발·공급하는 업스테이지는 상반기 1000억원 이상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다만 모든 스타트업 투자를 정부에 의존할 수는 없는 만큼, 자본을 쥔 대기업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이 경영권을 침해받거나, 중소기업의 지위를 잃지 않도록 법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특성상, 참여자격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제한되는 정부과제 참여, 대기업 입찰참여 제한사업 참여 등을 통해 사업초기 매출과 R&D 자금 조달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대기업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로 편입되거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될 경우 중소기업 요건을 미충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부담이 있다. 그로 인해 유예기간(3년) 종료 후에는 중소·벤처기업 지위를 상실하고, 더 이상 중소·벤처기업으로서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최정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회사의 사업계획과 수익모델을 고려해 중소·벤처기업 지위 상실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고, 인수주체나 거래구조의 조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