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영수회담 통해 위기 극복 의지 보여야"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여름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공식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직후부터는 '방송 4법' 등 야당 단독 통과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영수회담 수용 여부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거부권과 영수회담 모두 정국을 뒤흔들 사안인 만큼 하반기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하반기 국정 운영 구상에 골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에는 국내 증시 상황과 관련해 "긴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휴가에서 복귀한 후 윤 대통령 앞에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당면 과제로 놓여 있다.
앞서 6일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의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애초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 직후 휴가지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속도 조절'에 들어가며 재가를 휴가 이후로 미뤘다.
이미 대통령실에서 방송 4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만큼 윤 대통령은 오는 13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일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 수용 여부도 관심이다. 전날 대통령실은 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끝난 뒤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이 민생 위기에 대한 초당적 대응을 명분으로 제안한 영수회담을 거절하는 것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윤 대통령의 영수회담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영수회담을 통해 대통령이 당면한 국가 현안과 과제를 진단하며 야당과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해나갈 때 실질적인 위기 극복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이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있고 극복 의지가 있다면 영수회담에 응할 것으로 본다"며 "걱정은 이 상황에도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위기 의식조차 없는 것이 진정한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달 말 예정된 하반기 국정 브리핑 내용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교육·노동·연금·의료 등 4대 개혁, 저출생 문제 등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부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들로, 거부권 행사와 영수회담 수용 여부가 하반기 국정 운영 동력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