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못 웃는 금융지주…PF 위기에 부실지표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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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 못 웃는 금융지주…PF 위기에 부실지표 ‘악화일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8.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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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잔치 이면에...대출 부실 등 건전성 비상 걸려
부실 부동산 PF 정리 여파...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국내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부실지표가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지면서 하반기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부실지표가 최악의 수준으로 나빠지면서 하반기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가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마냥 기쁜 표정은 아니다.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를 떨궈내고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고금리에 기댄 이자수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치솟으며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이 불안 요소다. 하반기에도 이자이익에 기반한 실적 성장은 예상되지만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대출 부실 등의 우려 또한 높아질 거란 전망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5조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24조1284억원보다 4.4% 증가했다. KB금융지주가 6조357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5조6377억원, 우리은행 4조3950억원, 하나은행 4조3816억원, 농협은행 4조3424억원 순이었다.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늘었다. 5대금융의 올해 원화 대출금 증가액만 66조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이 6월 말 기준 352조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조원 늘었고 신한은행(309조원)은 같은 기간 19조, 하나은행(308조원)과 우리은행(324조원)은 각각 18조원과 13조원씩 증가했다. 농협은행(282조원)은 6조원 늘었다. 이를 기반으로 5대 금융지주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KB금융과 우리금융, 농협금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분기를 넘어 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이다. 이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은 11조1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호실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익에서 오는 예대마진이 늘어나는 계기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금융지주 순이익이 2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대 당기순이익 경신 이면엔 최대 규모의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고금리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권에서 내준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금융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5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약 12조3930억원으로 집계되며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다. 총여신(2002조4354억원)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2%로, 지난 2019년 1분기(0.63%) 이후 가장 높았다. 지주 별로 보더라도, 4∼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 중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0.68%로 높은 편이다. KB금융은 2018년 1분기(0.70%) 이후, 신한금융은 2017년 2분기(0.72%) 이후 최고치다. 농협금융이 0.59%로 뒤를 이었다. 역시 2020년 1분기(0.6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0.56%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은 2019년 2분기(0.56%) 이후, 우리금융은 2019년 1분기 지주사 출범 이후 최고치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2분기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른 재평가,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사업장 재분류 등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한 뒤, 금융사들에 엄격해진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부동산 PF 사업장을 재평가하도록 했다. 책준형 토지신탁의 경우 PF 사업장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에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한다. 부동산신탁사가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기한 내에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어 PF 관련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5대 금융지주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지난 2분기 추가 충당금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부동산 PF에 대한 개별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해 2714억원의 추가충당금(충당부채)을 적립했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2분기 PF와 관련해 충당금 약 800억원을 쌓았다고 밝혔다. KB금융은 2분기 부동산신탁에서 쌓은 충당금이 800억원 정도라고 밝혔으며, 하나금융도 PF 충당금으로 408억원을 추가 적립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위험을 잘 관리하고 있지만 PF 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금리 인하 속도, 부동산 시장 상황, 정부의 PF 구조조정, 정상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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