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획일적·과도한 규제 반대”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티몬·위메프 사태로 촉발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규제를 두고 찬반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커머스의 정산주기를 대규모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한 ‘단축 정산기한 규정’을 도입하고, 이커머스와 PG사의 ‘판매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커머스의 부실로 인한 피해가 판매자·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이커머스업체,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에 대한 정산기한 도입 및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 신설 △PG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상품권 발행업체 규율 강화 및 소비자 보호 강화 △우수 이커머스 인센티브 신설 및 판매자 보호조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 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이러한 획일적인 규제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혁단협은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내고 “티메프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특정 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경영 실패와 PG사 등의 전자금융감독규정 위반 때문일 뿐,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다. 정부의 획일적이고 과도한 규제 도입이 이커머스 업계에 미칠 부정적 파장은 향후 또 다른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의 신설은 업계의 경영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도 했다. 결제대금 별도 예치가 합리적 수준을 넘어 판매대금의 전부 또는 과도한 비율로 제3기관에 예치·신탁을 강제하는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벤처·스타트업을 포함한 업계 전반의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제기됐던 플랫폼법 역시 재입법 움직임이 관측되며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벤처업계는 플랫폼법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지나친 규제라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해왔던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티메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금액이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의 불안도 커졌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티메프 사태 관련 소상공인 피해 긴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온라인 플랫폼 정산 지연 문제 재발 가능성에 대해 ‘매우 그렇다’ 68.2%, ‘다소 그렇다’ 22.6%로 응답자의 90.8%가 재발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금번 사태 재발 우려로 온라인 플랫폼 사용을 줄이거나 중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44.3%에 달했다.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에 ‘일정 규모 이상에 대한 보험가입 의무화, 다른 사업 목적으로 이용 금지 등에 대한 판매대금보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매우 필요’가 81.2%, ‘다소 필요’ 14%로 응답자의 95.2%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3자가 상거래를 중개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인 에스크로계좌 시스템(안전결제)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선 응답자의 91.1%이 찬성했다.
이처럼 이커머스 관련 규제 신설을 두고 업계 간 찬반이 갈리는 모습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입점 셀러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온라인 판로 확대는 소상공인들에게 매우 중요함에도, 티메프 사태 이후 문을 닫는 이커머스가 여럿 등장해서다”며 “이미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셀러들도 많은 데다, 협력업체 등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다만 지나친 규제보다는 제도 개선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