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난항을 거듭해 오던 미국 주도 가자지구 휴전 협상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이스라엘이 추가한 조건을 배제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을 바탕으로 즉각 휴전 합의를 실행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언급된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공개한 '3단계 휴전안'을 뜻한다.
'3단계 휴전안'은 △6주간의 휴전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민간인·부상자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영구적 적대 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에 있는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의 이스라엘군 병력 유지와 1차 휴전 기간 동안 교환할 인질 및 수감자 수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마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 문제를 협상에 추가했다고 주장한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를 따라 북쪽 지중해에서 남쪽 이스라엘까지 이어진 길이 14㎞, 너비 100m의 통로다. 1979년 이집트와의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은 필라델피 회랑에 중무기를 제외한 채 제한된 규모의 병력을 두는 게 허용됐다.
유대인 정착민들과 군대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는 관리 권한은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어갔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면서 필라델피 회랑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전쟁을 시작했고 올해 5월 필라델피 회랑을 재점령했다. 하마스는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뚫은 여러 지하터널을 통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오가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타냐후 총리는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유지해야만 하마스의 재무장을 막을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마스로서도 전쟁을 이어가거나 최후의 순간 가자지구에서 달아나기 위해서도 필라델피 회랑이 필요한 셈이다. 하마스의 이번 성명 역시 이러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