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다만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이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보고서를 통해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와 물가 둔화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민간소비 회복 지연 원인으로는 △높은 물가수준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황부담 △소득개선 지연 △구조적·특이요인 등을 꼽았다.
2020년 말 대비 지난달 말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6.9%로, 소비자물가(14.2%)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고령층이나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금리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원리금 상황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내구재 소비는 202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감소세를 이어왔다.
가계의 소득 개선도 지연됐다. 올해 1분기 중 대기업 중심의 상용직 특별급여는 지난해 1분기보다 10% 감소했다. 또 고령화와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도 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숙박, 음식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대형 플랫폼 점유 확대 등으로 자영업자의 수익성도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지난해 6월 말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전기차 수요 정체 등으로 승용차 판매 부진한 것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구재 소비 감소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승용차는 재화 소비의 10%를 차지한다.
한은은 “인구구조적 요인, 자영업자 업황 부진은 소비 회복 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도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은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진전 등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개선돼 민간소비의 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질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국고채 금리 하락과 관련해 “과거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했던 시기와 비교할 때 폭이 크고 속도도 빠른 편”이라면서도 “금리 하락을 유발한 여건들을 볼 때 단기간 내 큰 폭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 고용 상황은 최근 뚜렷한 노동시장 위축 신호는 없지만,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비경제활동인구 내 잠재구직자가 상당폭 감소해 향후 노동공급 증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