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일 총리로 선출됐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각각 과반 표를 얻어 총리직에 올랐다.
이시바 총리는 12선 의원으로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방위상 등을 지냈다. 극우 성향이 뚜렷한 일본 자민당 내에서도 다소 결이 다른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과거사 관련 반성 의견을 내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고 적었다.
다만 방위력 강화를 주창해왔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동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 구성된 내각 면면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본인이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내각 20명 중 12명을 무파벌 인사로 채웠다.
지난해 말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서 다수가 입길에 오른 '아베파' 의원들이 내각에서 모두 배제됐다. 이들 중 13명이 내각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치불신을 낳은 비자금 스캔들로부터 쇄신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시도다.
외무상으로는 총재 선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을, 신임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을 기용했다. 옛 '기시다파' 2인자이자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유임시킨 점도 눈길을 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새 정권은 가능한 한 일찍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중의원을 조기 해산해 오는 10월 27일 총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새 내각이 어느 정도 지지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게 여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총선은 2021년 10월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