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 하락에 ‘몰빵’하고 있다. 최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매집하면서 미국 주식 보유액이 900억달러 수준까지 기록한 것.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로 국내 투자자들은 반도체 등 기술주를 역으로 따르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쓸어 담았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를 해외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인 5646만달러(약 7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OXS는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증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상품은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였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따르는 이 상품을 1731만달러(약 2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나스닥100지수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우량주 100곳으로 꾸려진 지수다.
국내 투자자 보유액 1위이며 미국 증시의 국민주로 꼽히는 테슬라의 인버스 상품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2배로 좇는 ‘티렉스 2배 인버스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TSLZ)’를 924만달러(약 1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서학개미의 판단과는 반대로 나스닥을 비롯한 기술주가 오르면서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은 주저앉았다. 지난 16일부터 SOXS와 SQQQ는 각각 6.91%와 6.39% 떨어졌고, TSLZ는 테슬라의 호조로 -19.77%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버스 상품을 매집하면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두 달 만에 900억달러대로 올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달 19일 901억달러를 기록했고 지난 20일에는 893억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는 미국 증시가 고공행진하던 지난 7월 미국 주식 95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기도 했으나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8월 이후로 미국 주식 보유액은 700억달러에서 800억달러 사이를 맴돌았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향한 시장 반응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면서 인버스 매집세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