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 진정 안 되면 추가 억제책 등장도 예상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집값 안정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이르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강력한 대출규제를 이어갈 전망이다.
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들 은행에서 새로이 취급한 주택구매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2조437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1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쏠림 현상은 더 심화했다. 지난 9월 5대 은행 주택구매 목적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중 69.6%(2조1322억원)는 수도권 내 주택 관련 대출이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71.8%)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거래 시점으로부터 약 2개월에서 3개월의 시차를 둔 뒤 집행돼 통계에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며 “지난 7월과 8월 수도권 내 아파트 매매가 계속해서 늘었다면 은행의 주택 매매 주담대 신규 취급액 실적은 10월과 11월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담대 총액이 줄어들지 않자 정부와 시중은행은 올해 남은 기간 주택대출 조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실제 지난 9월 30일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은행권에 남은 3개월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축소·안정세를 유지했지만, 다시금 증가하는 중”이라며 “금융지주회사 자회사가 가계부채 총량 60%를 취급함을 고려할 때 금융지주 역할이 매우 크며 내년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주 차원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관리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보고서 발간을 통해 “수도권 주택가격이나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거시 건전성 규제 등 측면에서 주택공급 확대나 규제 강화 조치 효과를 점검하되 필요하면 더 강화하는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5대 은행들도 대출 고삐를 조였다. 지난 9월 27일 신한은행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및 집단잔금대출에 대한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한시)했다. 지난 4일부터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45%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p 상향 조정했고, 기업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주택구매 목적 주담대 취급을 중단토록 했다.
이르면 오는 11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집값이 다시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대출규제가 집값 상승폭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뒀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13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음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값은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1.27%다. 이는 지난 2018년 9월(1.84%) 이후 71개월 만에 최고치이며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위원은 “최근 가계부채 급등과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인해 정부는 금융 관련 정책을 강화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중”이라며 “미국에 이어 국내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당장 시장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출금리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강남 3구 등 초고가 주택시장은 호가로 계속 거래되며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가계부채가 늘면 정부가 대출을 규제했던 만큼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다만 서울 상급지 아파트는 한 번 가격이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 특성을 가졌는데 금리까지 내리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변수”라며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 다시금 집값 상승세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0.25%p 인하 후 동결하되 시중은행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가계부채 총량을 축소하고 다주택자 대출을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제는 연말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집값 상승세가 만족할 만큼 진정되지 않으면 정부의 추가적인 억제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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