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플랫폼법·온플법 논의에 스타트업계 반발…일률적 규제 플랫폼 성장 저해·역차별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플랫폼과 동반 성장하기 위해선 일률적인 플랫폼법 대신 업종별 맞춤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 일상화와 기술 발달 등에 온라인 플랫폼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플랫폼 기업은 5개며, 국내 유니콘 기업 중 절반가량도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은 국가 간 시장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판매자 간 연결 역할을 하며 빠르게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 부과,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에 중개거래(위수탁거래) 방식으로 입점한 중소기업이 지급하는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14.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의 경우 주문 1건당 배달비 총액은 평균 4252원이며, 결제대행수수료율은 평균 3.4%였다.
더욱이 배달플랫폼들이 치열하게 배달비 무료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입점업체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배달앱 간 배달비 무료 경쟁이 기업이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입점업체 절반가량인 47%는 ‘매출 증가, 배달비 부담 완화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배달플랫폼의 불공정거래,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기업 중 62.5%는 ‘정당한 사유없이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설정·변경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판매촉진비용이나 거래 중 발생 손해를 부당 전가했다’가 37.5%로 높았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 8일 열린 제22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에 의해 수차례 지적됐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등을 논의했으나 벤처기업계와 스타트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해당 법안이 혁신을 저해하고 국내 기업에 역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주장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40.3%는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온플법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플랫폼법과 온플법의 일률적인 적용이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 플랫폼 시장 전체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수차례 발표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역시 일률적인 규제 적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한 바 있다.
그 대안으로 업계와 학계에서는 업종별 차별화된 규제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플랫폼은 특성상 업종별로 상이한 구조와 역학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각 업종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각 업종의 구체적인 필요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내놓은 규제안은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플랫폼은 서비스 분야에 따라 다른 특징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를 인지해 분야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정부 규제는 스타트업의 성장하는 저해하는 장애물로 밖에는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