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정부 개혁, 한국 의료 취약성 충분히 고려 안 해"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대통령실은 10일 '향후 5년 동안 연 2000명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추계와 관련해 의료계가 '근거 부실'을 주장하는 데 대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놓은 숫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의대 증원 결정에 참고한 3개 연구를 심층 분석하면 원래 4000명 증원이 필요했다며 2000명 증원은 '최소 수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개인별 의료 수요가 매우 정확하게 측정되고 국가가 의사 면허 부여와 활동, 공급까지 직접 관리하는 체제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장래인구 추계와 같은 기초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 인력의 수급량을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참고한 3개의 전문가 연구에서도 미세한 가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035년에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동일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장 수석은 정부가 3개 연구를 심층 분석한 결과, 실상은 연간 2000명 증원이 아닌 4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3개 연구에서) 몇 가지 비현실적인 가정들, 예를 들면 의사는 90세까지 똑같은 생산성을 가지고 일한다든지, 모든 의사가 토요일과 일요일 두 날만 빼고 1년에 265일을 줄곧 일한다는 이 연구 보고서상의 가정을 보다 현실에 맞게 보완해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으로 나온 부족한 의사 수는 2035년에 1만 명이 아니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즉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은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며 "그래서 정부가 줄곧 2000명 (증원)은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의료체계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3분 진료', 지역의료 소멸 등의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의대 증원'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3분 진료'와 관련해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이 약 3배 더 많이 병원에 가는 점, CT 등 검사를 더 자주 하는 점을 언급하며 "서울의대 비대위는 (의료의)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는 게 첫번째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면 3분 진료도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서는 "소아과 전문의 수는 그새 많이 늘었다. 응급실 뺑뺑이의 주원인이 되는 배후 진료 중에 중요한 과인 신경외과 의사 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다"며 "이 분들이 전공과목 진료를 지금 하고 있지 않은 분들이 이렇게 많다. 이 분들이 돌아오시면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은진 비대위원은 "의교개혁은 '환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의료'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환자는 양질의 치료를 받고, 의료진은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으면서도 재정은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료개혁은) 의료체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진단, 그리고 신중한 처방이 필요한 상태다. (정부가) 지금 내린 처방은 한국의료의 취약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며 "(현재 정부가) 과도한 개혁 조치나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약한 환자는 강력한 처방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대개 부작용으로 사망하게 된다"며 "이대로 가면 한국의료는 의료개혁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체계가 무너질 것 같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