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최근 다수의 기업들이 상조업계에 진출하며, 고객 확보를 위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조시장 선수금 규모는 올해 2분기 기준 9조4486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2.6%(1조596억원) 늘어난 것으로, 가입자 역시 같은 기간 7.1%(59만명) 늘어 89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성장세는 고령화와 사망자 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3000명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2030년 41만명, 2070년 7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상조상품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상조서비스업을 유망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상조진흥법 제정 및 상조 회계지표 개발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장에 진입한 기업도 늘고 있다. 대교의 자회사인 대교뉴이프는 올해 내로 상조서비스를 론칭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코웨이는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이라는 신설 법인을 통해 실버 세대의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생명보험업계 또한 상조업 진출을 희망하지만, 현재는 논의가 잠잠해진 상태다.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조 서비스 시장은 ‘3.0’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새로운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상조회사들이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와 같은 신사업에 진출하고, 생체보석이나 장례식장 내 PB 상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략적인 인수합병(M&A)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상조업체들은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다양한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웨딩 및 골프 중심에서 교육, 홈 인테리어, 통신요금제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기업이 상조업계에 진출하며 가입고객 및 선수금 확대를 위한 선의의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다”며 “고객의 입장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금 규모가 커지는 만큼 안전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조업체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분류돼 선수금의 50%를 은행예치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 회사가 폐업할 경우 소비자는 상조보증공제조합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폐업한 상조회사는 한강라이프와 케이비라이프, 한효라이프 등 총 8곳이다.
이들 회사는 보상해야 할 총금액 1214억원 중 933억원만 보상금으로 지급해 현재 미지급 금액이 약 281억원에 이른다. 이들 회사의 누적 선수금 규모는 2431억원, 가입자 수는 13만 6000명이다. 특히 누적 선수금이 1344억원이었던 한강라이프와 누적 선수금 897억원인 한효라이프의 경우 각각 100억원 안팎의 보상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어,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