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시행된지 2년만에 폐지할 제도였으면 뭣하러 시작했는지 의문입니다.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관련 집행기관들 때문에 죽어나는 건 결국 힘없는 소상공인 아닌가요?”“같은 가맹점마저 거리제한이 폐지된다면 ‘너 죽고 나 살자’ 식 밖에 더 되겠습니까.”
中企 외면하는 처사…소상공인 ‘울분’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 폐지’ 소식에 소규모 영세 상인들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져 가고 있다.중소기업계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 끝에 만들어진 모범거래기준 제도가 시행 2년여만에 일방적으로 폐지된다는 것은 대기업의 입장만 반영한 결과로 밖에 해석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이 제도가 수 많은 소상공인들이 매출증대 기여는 물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으며 사회양극화 현상을 조기 차단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것.공정위의 규제 완화가 향후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들에게만 유리하며,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의 무차별 출점으로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중론이다.특히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도 조기해제가 가능하도록 대폭 완화됐다.
이처럼 건강한 ‘상생생태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제도들이 하나 둘 씩 무력화되면서 소상공인이 설 자리가 더 이상 없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양천구 신정동에서 A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프렌차이즈 점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 동네 빵집이 매출에 타격을 입는 건 당연한 이야기”라면서 “이번 공정위의 조치로 대형 빵집이 쉽게 들어서면 결국 우리같은 소상인들에게는 문 닫으라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은 같은 상호끼리의 거리제한이고 동반위의 적합업종 제도는 업종간의 합의 제도인데 대기업 측은 같은 취급으로 묶어 없애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제도가 있어 소상공인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인데 최소한의 버팀목도 사라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그는 “프렌차이즈 업계의 기존 점주들도 이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본사에서는 자꾸 입점을 늘리려고 하는 반면 가맹 점주들은 대응이 어려워 피해가 가는게 뻔하다. 이는 결국 동네빵집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총체적으로 최악의 결과”라고 덧붙였다.실제로 기존 프랜차이즈 점포는 과당 경쟁으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잇속을 차리는 건 프랜차이즈 본사라며 ‘대기업의 횡포’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B 편의점의 한 가맹점주는 “모범거래기준이 있을 때도 업체 간 경쟁이 심했는데 거리제한마저 폐지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 뻔하다”고 한탄했다.한편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제과협회 등 3개 단체는 지난 11일 동반위가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개선안이 발표되자 곧바로 의견서를 내놓으며 “대기업들이 공정위 모범거래기준 폐지를 자체적으로 해석해 적합업종 제도를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 폐지를 이용, 대·중소기업 외식업체간 거리를 규정한 적합업종 거리제한 합의내용을 변경코자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의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 단체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어렵게 일궈온 동반 성장의 상징적 제도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