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정상운행, 피해복구 오래 걸릴듯
코레일 "파업 철회 다행, 법대로 처리할 것"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3일 파업 철회를 일단 선언했다. 지난달 26일 철도노조가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와 불성실한 교섭에 반발, 파업을 벌인 지 8일 만이다.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하는 2만5000명 철도조합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잠시 현장으로 돌아가 3차 파업을 준비하자"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4일 새벽 4시부터 현업으로 복귀한다. 김 위원장은 "노조의 정당한 투쟁에 불법과 몰상식으로 맞선 정부와 철도공사에 아직 우리의 힘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지금의 피로와 피곤을 재정비하고 더 큰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본때를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조합원들의 피로 누적이 커지고,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며, 정부의 탄압 역시 거세지자 향후 투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일단 현장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철도노조의 정당한 파업에 온갖 불법으로 맞선 사장과 관료들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 다시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제 파업 대오는 잠시 풀었지만 투쟁 대오는 강고히 유지할 것을 명령한다"며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철도노조가 이처럼 파업을 철회했지만 노사 양측이 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기간에 걸친 노사 양측의 신경전으로 시민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로 줄어든 열차 운행 수, 운행 지연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수도권 전동차의 경우 출근 시간에는 평소 운행률을 유지했으나 퇴근시에는 운행률이 80%로 줄어들었다. 여객열차는 평소 74회 중 44회(운행률 59.5%), 무궁화열차는 평소 322회 중 204회(운행률 62.7%)만 운행하는 등 운행률이 50~60%로 뚝 떨어졌다.화물열차 운송은 더욱 심각했다. 철도공사 측이 생활과 직결된 여객 운송에 남은 인력과 대체 인력 등을 투입하면서 화물열차 운행 편수가 급감했다. 최대 운행 편수가 평소 300대의 30% 정도인 86편이었다.화물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컨테이너 내륙기지,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은 혼란에 빠졌다. 수출입시 철도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석탄 등 관련업계 피해는 최고조에 달했다. 운송 차질을 비롯해 주요 물류거점의 기능 저하로 인해 물류체계가 마비되기 직전이었다.지식경제부 등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하루 평균 6000만달러 상당의 수출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집계했다. 무역업계는 대체 수송 화물차 공급 부족에 따른 물류비 증가, 수입화물과 컨테이너 반출의 어려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감수해야 했다.한편 한국철도공사(KORAIL)는 3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 철회와 관련, "파업을 철회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라며 "그러나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나 반성 없이 '이제 3차 파업을 준비한다'는 노조위원장의 발언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의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그 동안 고수해온 것처럼 법과 사규에 따라 원칙대로 대응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번 불법 파업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성해 앞으로 또다시 파업이 있을 경우 국민의 불편과 산업계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반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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