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스캔들 ‘잃어버린 652일’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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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스캔들 ‘잃어버린 652일’ 추적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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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 “여자였다면 내 난자라도 뽑고 싶었다”

‘백의종군’ 자연인 황우석 으로 돌아가 연구에 매진
난자의혹 불구 네티즌 80% 황우석 지지 물결

“현재의 심정으로는 연구직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황우석 교수가 지난 11월 24일 그동안 제기돼 온 난자의혹과 관련해 드디어 심경을 고백했다. 이를 통해 몇 주간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논란의 주인공 황 교수의 심정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황 교수는 이날 “돌이켜보면 당시(지난해 5월 네이처지의 의혹제기) 그 사실을 (연구원의 난자가 쓰였다는 사실) 있는 대로 털어놓았다면 국민 여러분에게 염려를 드리지 않았을 텐데 후회가 든다” 고 밝혔다. 이어 황 교수는 “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 정부와 사회 각 단체의 모든 겸직을 사퇴한다”면서 “그러나 국민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순수하게 학문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우석(좌) 교수와 섀튼 교수(우)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은 계속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원천기술의 연구 촉진을 위해 정부가 한다”면서 “상황을 봐가며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국가생명윤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난자 수급과 관련한 법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어떤 때는 하늘에 올라가 목이 터져라 외쳐 보고 싶은 때도 있고, 내가 가족도 다 포기하고 외길을 걷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시련에 부딪힐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최근 초청받은 한 불교행사 자리에서 밝힌 황우석 교수의 솔직한 심경 고백이다. 그는 이어 “세상에 이름이 2배나면 4배 몸을 낮춰도 부족하고 2배 지위가 올라가면 6배 겸손해도 공격을 받는다” 면서 “그런 측면에서 아직도 낮춰야 할 높이가 부족하다” 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국민영웅에서 반역자로?

최근 몇 주 동안 언론을 비롯해 정치계, 종교계, 일반 시민들 사이에 가장 큰 화두는 ‘황우석’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사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황우석’의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가까운 과거 속 ‘황우석’이라는 단어 앞에는 ‘국민영웅’, ‘스타과학자’, ‘세계의 지성’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황 교수 연구팀의 여성 연구원 2명이 난자를 제공했고 황 교수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화살은 온통 황 교수에게 꽂혔다. 뉴스와 신문은 연일 황 교수가 윤리성과 연구 투명성에서 모두 신뢰를 잃었다며 그의 태도가 옳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계속 증폭돼 언론 뿐 아니라 이번에는 동물보호단체에서 “황 교수가 난자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김에 동물의 복제와 형질전환, 이종장기사업 등 각종 동물실험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윤리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게 황 교수에 대해 말들을 쏟아냈어도 정작 당사자인 황 교수는 24일 공식입장 표명 전까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았겠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에 대한 추측도 잇따라 나왔다. 한 언론은 황 교수측근의 말을 인용하며 “황 교수는 최근 자신의 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으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이리하면 더 이상 연구를 계속하기가 어렵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지금까지 황 교수는 ‘연구원의 난자 기증은 없었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해오다 최근 의혹이 커지자 “난자를 자발적으로 내겠다는 연구원의 의사는 들었지만 만류했고, 그 뒤 상황은 모르겠다” 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네이처’지는 황 교수의 연구진 중 2명이 난자를 제공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을 가져왔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네이처 기자가 실험실에 취재를 왔지만 연구실 직원 중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설명했다. 또 “우리 연구 성과를 네이처에 투고하지 않자 성과를 훼손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여 공식적으로 항의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후 국내 언론에서 황 교수의 난자취득 과정과 관련한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난자취득과 연구과정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1월13일 황 교수 연구 파트너인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가 난자 채취의 비윤리성을 거론하며 ‘결별’을 선언하면서 난자의혹은 다시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섀튼 교수의 발언 이후 황 교수는 14일 한 강연에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는 정부가 정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진행됐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던 와중 21일 미즈메디 병원 노 성일 이사장이 줄기세포용 난자 채취에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발표를 해 난자의혹을 둘러싸고 여론은 한층 더 달아올랐다. 뿐만 아니라 23일 MBC PD 수첩은 황 교수팀의 ‘난자 의혹’과 관련한 충격적인 방송을 내보내면서 또 한번 파장을 가져왔다. PD 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취재진이 만난 난자 제공자들은 황 교수가 그동안 강조해온 ‘자발적 기증자’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을 갖고 있었다” 며 “경매로 집이 넘어갈 상황에 놓인 여성도 있었고, 용돈을 벌기 위해 난자를 팔았다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고 보도했다. 한편 다음날인 24일 서울대학교 수의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는 자체조사결과를 통해 “황 교수 연구팀의 연구원 2명이 난자를 기증한 사실을 공식확인했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생명윤리법 제정 이전의 일로 법규정 위배는 없다” 고 덧붙였다. 이제 남은 것은 황 교수 본인의 입으로 사실을 설명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황 교수의 입장발표를 기다리는 그 시간동안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황 교수와 관련된 소식, 비난, 혹은 격려 등의 말들을 뿜어댔다. 결국 지난 24일 황 교수는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연구원의 난자 기증사실을 네이처지 기자 취재 직후 파악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또 “내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내 난자를 뽑아 실험하고 싶었다”며 초기 연구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황 교수가 ‘세계 최초’라는 화려하지만 무거운 타이틀을 짊어지고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로서의 책임과 소명에 대해, 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외롭고 괴로운 심정에 대해 고백한 이후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의 모임인 생명공학감시연대는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연구원의 난자 제공은 비윤리적 차원을 넘어 세계 과학사에 남을 만한 부끄러운 사건이고, 자발적 기증 여부를 떠나 연구원의 난자가 실험에 쓰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황 교수는 국내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 비판했다. 한편 난자의혹을 둘러싼 윤리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에 대한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은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는 ‘황 교수팀의 난자 확보 과정과 관련한 윤리적 논란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는데 투표자 1만300여명의 86%가 “관련 법 제정 이전이므로 문제 없다” 고 답해 여전히 황 교수에 대한 네티즌의 호의적 태도를 입증했다. 또 다른 포털에서는 PD 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방송에 대한 투표를 벌였는데 응답자 7천900여명의 81%가 “줄기세포 연구와 국익을 위해 부적절한 보도” 였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황우석 보호(?)하기’쪽으로 기울고 있는 반면,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맹목적 황우석 감싸기를 중지하라” 면서 “정계는 황우석 열광을 부추기고 정작 감시는 게을리 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어쨌든 황 교수는 앞으로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이루지 못한 실험실의 숙제를 해결하고 떠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황 교수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언제쯤 가라앉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황 교수가 이뤄냈고, 이루게 될 연구 성과까지 흠집 내고 비난하려는 맹목적 분위기는 몇 달 전 황 교수에게 바친 맹목적 애정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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