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소득·처우 불균형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운데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비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너무 낮고,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4%에 불과하다.26일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올해 1분기 34.6%(633만1000명), 2분기 35.3%(663만명), 3분기 35.5%(669만9000명)다.연도별로 보면,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4.4%까지 오른 비정규직 비율은 2009년 42.9%, 2010년 40.6%, 2011년 38.7%, 2012년 37.3%, 2013년 35.6% 등으로 하향세를 기록했다.그전에는 더 높았다. 1996년 43.2%이던 비정규직 비율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7년 45.7%, 1998년 46.9%, 1999년 51.6%, 2000년 52.1%로 치솟았다.비정규직의 처우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정규직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용노동부가 3만1663개 표본사업체 소속 근로자 8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월 임금 차이는 2008년 134만9000원에서 지난해 158만1000원으로 더 커졌다.정규직의 월 임금은 2008년 256만9000원에서 지난해 298만5000원으로 41만6000원 오른 반면, 비정규직은 122만원에서 140만4000원으로 18만4000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지난해 비정규직(140만4000원)의 임금은 정규직(298만5000원)의 47.0% 수준이다. 근무시간을 감안한 시간당 임금은 비정규직(1만1259원)이 정규직(1만7524원)의 64.2%다.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균형 현상은 고학력자들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인력의 평균 연봉은 2642만원으로 정규직 박사(5498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박사 학위자의 비율은 62.6%나 된다. 가방끈이 길어도 비정규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OECD 가운데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
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몇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8∼9명은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한국의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11.1%, 여전히 비정규직인 비율은 69.4%다. 실업 등으로 아예 일하지 않는 비율은 19.5%나 된다.‘3년 뒤’ 기준으로는 정규직 전환 비율이 22.4%, 여전히 비정규직이 50.9%, 실업자 전락은 26.7%다.네덜란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9.1%가 1년 뒤에는 정규직, 69.9%가 3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은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높다"며 "심각하게 분절돼 있는 노동시장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노동시장의 이중성 심화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동기와 의욕을 약화시킨다.특히, 경제위기 등 외부 충격으로 이들의 상당수가 실직에 처할 경우 실업급여, 생계지원 등 사회적 지출이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부담을 준다.이에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다음달에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중이지만 노동계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정부 대책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존의 경력을 인정하는 내용과 중소·중견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임금을 올리면 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월 최대 60만원까지 1년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공공기관 비정규직은 2016년부터 전체 정원의 5% 이내로 축소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6만5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그러나 노동계는 이 같은 정부 방침이 문제의 본질과는 빗겨나 있다고 주장했다.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민생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파견 직종을 늘리고 고령층 파견 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공염불에 그칠 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노동 현장의 현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