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권 비중은 25%로 떨어져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전체 화폐 발행량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반면 1만원권 비중은 25%로 떨어졌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5만원권의 발행잔액은 49조1000억원으로 5000원권, 1만원권 등을 포함한 전체 화폐발행 잔액(69조1000억원)의 71.0%를 차지했다.
2009년 처음으로 발행된 5만원권은 발행 첫해 비중이 전체 화폐량의 28.0%에 불과했지만 2010년 46.0%, 2011년 55.8%, 2012년 62.8%, 작년 66.5%로 빠르게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 67.6%, 8월 67.8%, 9월 68.4% 등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이에 비해 1만원권 발행잔액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2009년 전체 화폐 발행잔액의 65.7%였던 1만원권은 2011년에 39.2%로 5만원권보다 비중이 작아졌다. 2012년 32.5%, 지난해 29.2%, 올해 들어선 25.0%까지 비중이 떨어졌다.
5만원권 발행잔액이 빠르게 확대된 요인으로는 거래 편의성, 경제규모 확대, 1만원권과 수표 대체 효과 등이 꼽힌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금 1돈(3.75g)의 소매가격은 18만8100원인데, 1장에 1g인 5만원권은 같은 무게의 금과 비슷한 기치가 있다. 그만큼 보관과 거래가 편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고액권 화폐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주요국의 공통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미국에서 50달러 이상 고액권 비중은 지난해 말 83.4%였고 유럽에선 50유로 이상인 화폐 비중이 90.4%에 달했다. 일본은 5000엔 이상인 화폐 비중이 95.1%다.5만원권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난해부터 환수율이 급락,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가 늘어났다는 추측이 제기돼 왔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환수율은 특정 기간에 발행된 화폐가 한은으로 돌아온 비율을 뜻한다.한은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현금 선호경향이 커진 점과 금융기관의 5만원권 보유 수요가 높아진 점 등을 환수율 하락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나상욱 한은 발권국장은 “5만원권은 발행된 지 약 5년밖에 지나지 않아 유통화폐가 매우 청결할 상태”라며 “금융기관이 손상화폐 교환을 위해 한국은행에 5만원권을 입금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ATM기를 통해 신권을 공급하면 두 장이 겹쳐서 나올 수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영업과정에서 확보한 5만원권 상당 규모를 자체적으로 깨끗하게 만든 뒤 순환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만원권의 환수액 대비 발행액 비율 하락을 지하경제 확대로 해석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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