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은퇴층 상환능력 낮은데 대출증가 가능성”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자영업 진출에 나선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계대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퇴 연령층이 자영업에 진출할 경우 일부 업종의 낮은 수익성을 고려할 때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에 진출하면서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 이상 60대 미만 차주 비중은 2009년말 26.9%에서 2014년 3월말 31.0%로,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같은 기간 15.1%에서 19.7%로 증가했다.은행 입장에서도 정부가 2월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2017년까지 40%로까지 올려야 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게다가 최근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완화와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담보대출을 증대시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은퇴층의 채무상환능력 악화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한은은 “50대 이상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소득증가율은 50대 미만 차주들과 달리 201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며 “향후 이들의 채무 상환능력 저하로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한은은 특히 일부 수익성이 낮은 자영업 업종에 진출한 은퇴층이 주택담보대출 자금을 사업자금으로 사용했을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한은은 “LTV·DTI 규제 완화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자영업 진출과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이번 규제완화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음을 뜻한다”고 경고했다.한편 한은은 이런 경고와는 별도로 전체적인 견지에서 볼 때는 향후 주택담보대출이 그리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봤다.한은은 “단기적으로 LTV·DTI 규제 완화가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높일 수는 있다”면서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는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한은은 이밖에 LTV·DTI 규제 완화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금융규제 측면에서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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