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별 입고실적 반영...‘눈가리고 아웅’ 지적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5만원권을 둘러싼 지하경제 연루 논란이 지속되자 한국은행이 결국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5만원권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통계로 해석돼온 환수율(일정 기간의 발행 물량 대비 회수 물량 비율)을 제고하려고 금융사별 신권 배분한도 기준에 사상 처음 5만원권의 입고(입금) 실적을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신권 배분 규정인 ‘제조화폐 지급운용 기준’을 개정,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종전안은 금융사별 고액권(1만원권과 5만원권) 신권 배분한도의 기준에 금융기관 점포수와 함께 손상권 입고(입금), 주화 입고, 위조지폐 적출률 등 화폐 유통 정책에 협조한 실적을 반영했다. 개정안은 여기에 5만원권 환수액을 처음 포함하기로 했다.특히 한도 책정 때 총 100점중 25점 이상의 배점을 5만원권 입고 실적에 부여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그동안 한도 배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온 손상권 입고 실적의 배점은 종전 50점 이상에서 5만원권 입고실적과 같은 수준인 25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은행 등 금융사에 불필요한 5만원권은 갖고 있지 말고 한은 창고에 입고하라는 유인책이다.1만원권과 5만원권 새 돈은 2금융권이 아닌 은행조차 명절 때 고객에게 물량을 제한할 만큼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금융사들은 새 돈으로 고액권 지폐를 많이 확보하려면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다.이번 기준 개정으로 5만원권의 환수율이 상승하더라도 통계 착시효과일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환수율 통계가 개선될지언정 각종 부정부패 사건에서 수시로 등장하는 5만원권에 대한 음성적인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5만원권은 현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중점 과제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환수율이 급락하고 전체 화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등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를 오히려 늘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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