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여부 전적으로 보험사에 달려있어”...‘책임회피’ 지적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농협 통장에서 예금주도 모르게 예치금이 빠져나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그러나 현재 시중 은행들은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농협과 마찬가지로 보험사의 판단에 따를 뿐 은행 자체적인 보상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이럴 경우 이번 사건처럼 과실 여부가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을 시 피해자는 배상을 받기 위해 자신의 ‘결백’을 홀로 입증해야 해 논란이 예상된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이모(50·여)씨는 자신의 농협 통장에서 1억2000만원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모두 41차례에 걸쳐 회당 약 300만원씩 대포통장으로 추정되는 다른 계좌로 송금됐기 때문이다. IP 추적 결과 접속지는 중국이었다. 그러나 두 달간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경찰은 지난 9월 10일 수사를 공식적으로 종결했다.또 지난 3월 김 모씨(60대)는 15일 하루동안 1억2300만원을 인출 당했다. 19번의 인출 시도가 있었고 한번에 150만원에서 280만원 사이의 금액으로 18번에 나눠 인출됐다. 다른 피해자 차 모씨(40대)의 계좌에서도 7월 14일 총 36차례에 걸쳐 약 8000만원이 빠져나갔다. 이러한 사례는 50여명 정도 더 있는 것으로 농협 측은 파악하고 있다.그러나 현재 농협은 자체확인 결과 내부에서 텔레뱅킹 이체에 필요한 정보가 유출된 사실은 없다며 고객 과실일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농협 관계자는 “손해보험사에 전자금융배상책임보험 청구를 의뢰했고 현재 보험사에서 보상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일반적으로 과실비율에 따라 배상금액이 정해지는데, 고객으로서는 제대로 배상을 받으려면 자신이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