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업적주의 효율 낮아”...은행장·사외이사는 제외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은행장과 사외이사를 제외한 집행임원의 근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동국대 강경훈 교수는 25일 한국금융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내우외환의 한국 금융 -임원 인사와 금융 정책’ 세미나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가 2000년 이후 재직한 13개 시중은행 임원 137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은행 임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2.4년이었다. 은행장이 3.2년으로 가장 길고 감사 2.6년, 사외이사 2.3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일반 집행임원 2.3년 등 순이었다.
임원 근속 기간의 중앙값은 근속 기간 평균보다 작은 2년 정도였다.중앙값은 자료를 크기 순서로 줄 세웠을 때 중앙에 놓이는 값으로, 근속 기간 평균이 상승했는데 중앙값은 그대로라는 것은 일부 임원들만 장기근속하고, 많은 수의 임원은 짧은 기간만 일하다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강 교수는 “집행임원의 근속 기간 중앙값이 클수록 은행의 생산성 지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근속기간 평균은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그는 “은행 이사회가 위원회 형태를 띠고 있어 평균보다는 다수 임원의 근속 기간을 나타내는 중앙값이 경영 성과에 더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의 생산성이 좋기 때문에 임원의 근속 기간이 길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강 교수는 “단기 근속자가 많아지면 은행 임원진 전반의 분위기가 단기 업적주의 위주가 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임원들의 의사결정 시야를 좁혀 경영 성과를 나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실채권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은행 임원의 근속 기간을 늘리되, 경영 성과를 높이는 쪽으로 임원들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분석 결과 집행임원과 달리 은행장의 근속 기간은 수익성 지표와 큰 연관성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사외이사 근속 기간 역시 큰 연관성은 없었지만 사외이사의 근속기간이 길수록 은행 총자산수익률(ROA)은 높은 경향을 보였다.새로운 은행장이 부임한 지 3개월 이내에 교체된 임원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은행장 재임 기간에 생산성 지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강 교수는 “이로써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 오래 숙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