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일만에 별세, 존엄사 첫 사례
[매일일보=이한일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가 시행됐던 김 할머니가 10일 오후 병원에서 별세했다. 연명치료를 중단한지 202일 만이다.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후 2시57분께 김 할머니가 별세했다"며 "직접사인은 폐부종 등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지난 달 비슷한 고비를 한 차례 넘겼지만 최근 들어 병세가 악화했고,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위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존엄사를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해 6월23일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는 제거됐다. 존엄사의 첫번째 실행 케이스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김 할머니에 대해 병원 측은 당초 치료 중단 후 2~3시간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 할머니는 6개월을 훨씬 넘기는 오랜 기간 스스로 호흡하며 생명을 유지해 왔다.◆ 김 할머니 병원 입원부터 별세까지 = 김 할머니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것은 2008년 2월15일이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같은 달 18일 폐 조직검사 중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이에 "인공호흡기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측은 "살아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가족들은 결국 3개월 후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해 달라"며 소송을 내면서 이른바 존엄사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서울서부지법은 2008년 11월28일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고 싶다'는 환자 본인의 뜻에 따라 호흡기를 떼라"고 결정하며 존엄사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연명은 인격적 가치를 제한하기 때문에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에 병원 측은 당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법도 항소심에서 회복 불가능한 환자의 추정적 의사표시를 존중, 연명치료의 유형인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병원 측은 2심 판결도 불복해 상고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고 연명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존엄사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 결국 호흡기 제거를 허용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세브란스병원은 윤리위원회 검토를 거쳐 지난해 6월23일 존엄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6개월을 훨씬 넘기는 오랜 기간을 스스로 숨을 쉬면서 생명을 유지해 왔다. 특히 자발적으로 호흡을 지속하면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지난해 10월14일에는 병상에서 77번째 생일을 맞기도 했다.그러나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제거한 지 120일을 넘기면서 상태는 나빠지기 시작했다.10월12일에는 2분간 무호흡 상태가 지속되는 등 위험한 상황도 맞았지만 이후 스스로 호흡하며 생존했지만 김 할머니는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결국 오후 2시57분께 생을 마감했다.
<일지>'연명치료 중단' 김 할머니 입원부터 별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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