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정금리 대출확대 정책, 실효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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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정금리 대출확대 정책, 실효성 없어”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1.1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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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는 사실상 변동금리...“혼합형 대출, 위험 오히려 클 수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3~5년 동안 고정금리를 유지하다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대출 실적으로 잡다 보니 그 실적만 크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변동에 따른 가계대출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부채 구조의 개선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시장 상황이 변해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자의 재무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고정금리대출로 그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2011년부터 이 정책를 추진한 금융당국은 오는 2017년까지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을 4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계속 높아져, 겉으로만 보면 정부의 목표가 점차 실현되는 모습이다.지난해 1월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대출의 비중은 14.5%에 불과했으나, 같은달 3월에는 33.1%, 5월에는 42.6%, 11월에는 48.6%까지 높아졌다.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월 29.9%까지 올라갔다.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2017년 고정금리대출 비중 40%’라는 정부의 목표도 무난히 달성될 만하다.문제는 이것이 일종의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점이다.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시중금리가 갈수록 낮아지자, 저금리의 이점을 누릴 수 없는 고정금리대출의 인기는 2013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식어갔다.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 외에는 별다른 가계부채 대책이 없는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다그쳤고, 은행들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혼합형 대출’이다.이 대출은 3~5년 동안 고정금리를 유지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대출이다. 15~35년에 달하는 대출 상환기간의 극히 일부분만 고정금리가 유지되지만, 당국은 혼합형 대출 실적을 고정금리대출로 인정해 준다.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4조5826억원에 달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실적 중 88.9%, 39조6209억원 어치가 혼합형 대출이었다. 국민과 우리은행은 그 비중이 90%를 넘는다.결국, 3~5년 후면 변동금리로 바뀔 대출이 늘어난 것인데,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포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더구나,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저금리 혜택은 누리지도 못한 채 금리 변동의 위험에만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금리 인하가 두 차례나 단행된 결과, 지난해 내내 대출금리는 뚝뚝 떨어졌고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박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금리는 올해 들어 더 하락했지만,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러한 금리 인하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나아가 올해나 내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전 세계 시장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년 고정금리의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2017년 변동금리로 바뀔 때부터 이 금리 인상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이에 따라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혼합형 대출이 2017년부터 대거 변동금리로 바뀌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계대출의 금리변동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마저 나온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혼합형 대출도 금리 인상기에 금리 변동의 위험을 겪기는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고정금리여서 금리가 일정하지만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될 때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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