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가급락 영향으로 금리 조기 인상 시 ‘대참사’”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채권 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세에 세계 경제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준이 예상보다 이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1994년의 채권시장 대학살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94년은 연준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불과 1년 만에 7차례에 걸쳐 3.0%에서 6.0%로 올린 해로, 전 세계 채권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해로 기억되고 있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한달 동안 –13bp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기준 10년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9bp 내려 201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1.7667%를 기록했다. 독일과 일본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각각 –9bp, -3bp로, 한 달 전에 비해 수익률이 하락했다. 이는 선진국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이처럼 채권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세계 경기 하락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6월 발표한 3.4%에서 3%로 크게 낮췄다. 올해 세계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위태로워졌다고 진단한 셈이다.
세계은행은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끌어내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 둔화를 꼽았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경제의 성장전망치가 2014년의 7.4%보다 낮은 7.1%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과도한 채무와 투자를 제지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도 유럽이나 일본이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에 허덕이게 될 경우 세계 경제가 악화될 우려가 여전히 잔존한다는 것이다.반면 미국의 경우 경제 회복은 이루겠지만 그 강도가 다른 나라의 성장 둔화를 압도할 만큼 탄탄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미국의 고용 여건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 임금은 정체 상태인데다가, 주요 교역국의 미약한 성장이 미국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교역국의 둔화가 수출에 타격이 되고 달러 강세로 수입은 증가하면서 수출입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여기에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봤다.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늦은 시점에서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가급락으로 연준의 금리정상화 의지가 강화되면서 출구전략 ‘시기’는 앞당겨 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문제는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일종의 ‘낙관론’이 이어지면서 채권 시장에 돈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더 빨리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충격파가 배가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이 같은 상황에 미 재무부는 이미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좇아 채권 등의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지금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금리가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큰 위험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한국투자증권 나정오 연구원은 “최근 주요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연준은 저유가를 미국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QE부작용 해소하기 위해 연준의 금리정상화 의지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유가급락이 연준의 금리정상화 의지를 더욱 강화시켜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나 연구원은 “특히 출구전략이 지연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준의 금리전망치와 시장기대간의 괴리가 커진 상황이다”면서 “예상보다 조기에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1994년의 채권시장 대학살(Bloodbath)이 재현될 수 있기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미국 달러로 돈을 빌린 신흥국들이 심각한 채무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금융연구원은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의 채무상환부담 증대’ 보고서에서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신흥국 기업의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 규모가 2761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만일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지금까지는 미 연준이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을 펼친 덕분에 낮은 비용으로 미국 달러를 빌려 쓰던 신흥국 기업들이 줄도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금융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으로 연준이 올해 중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신흥국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이 더욱 증대될 가능성이 있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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