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예비인가신청서 제출...본협상 진행 과정서 노조와 기싸움은 여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을 ‘행복한 금융’으로 제시했다. 금융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나누자는 의미다.그러나 직원과 고객, 사회가 모두 행복해지는 하나 금융을 만들겠다는 김 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순탄한 통합’이라는 당면 과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위대한 상상(上上), 출발! 2015’ 행사에서 올해 경영 슬로건을 ‘행복한 금융’으로 정했다.이날 김 회장은 경영 슬로건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행복 원칙으로 “규모나 숫자가 아닌 고객 행복을 최우선으로 다른 은행과 경쟁하는 ‘행복 경쟁’, 고객·직원·주주·사회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행복 성장’, 행복의 열매를 함께 나누며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행복 나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지난해가 소통과 협업의 해였다면 올해는 혁신의 해”라며, “통합도 우리가 만들고 있는 혁신 중의 하나인 만큼 2015년에는 통합을 넘어 변화와 혁신을 통해 더 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이처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하나금융의 주요 혁신 과제로 꼽히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통합을 성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잡음이 이어지지 않도록 노조와 충분한 협상을 통해 반발을 사전에 가라앉힐 필요도 있다.그러나 그 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현재 외환은행 노사는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위한 본협상을 시작했지만, 이와 별개로 하나금융은 금융위와의 사전 협의를 마치고 19일 오전 예비인가신청을 제출한 상태다.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위가 겉으로는 대화를 요구하는 척 하면서 예비인가신청 여지를 주는 등 하나지주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노조는 사측에 외환은행 조기통합의 타당성에 관한 협의를 위해 60일 기한을 두고 본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노조는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효한 2.17 합의서를 무시하고 예비인가를 신청하는 등 강행방침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이에 하나금융과 외환 사측은 이런 노조의 지적이 ‘또 다른 시간 끌기’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노조와의 기싸움을 제외하고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조기 통합 이슈 자체에 대한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론스타공대위 등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들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 2.17 합의서를 무시하고 있는 하나금융의 일방적인 여론몰이가 강화되고, 금융위가 종전의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더욱 후퇴해 마치 합병을 승인해줄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하는 모습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융지주회사가 관료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까지 좌지우지하는 행태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한편 하나금융이 19일 예비인가신청을 제출하면서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할지 여부에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예비인가신청은 은행 통합을 위한 사전 승인절차로 금융위는 신청서 접수 후 6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지난 2012년부터 이미 수차례 합병과 관련한 검토를 해 온 사안인 만큼 검토 자체에 긴 시간을 소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금융위는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받은 만큼 오는 28일 정례회의에서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고 승인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은 다음 날인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결의를 한 후 곧바로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조와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반발이 이어질 경우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신청서 제출과는 별개로 이를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부감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공은 금융당국으로 넘어간 상태”라며 “하나금융 측과 어느 정도 합의는 된 상태로 보이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지 여부는 여론 추이에 따라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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