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파이시티 피해자들 “40% 배상, 지쳐서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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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파이시티 피해자들 “40% 배상, 지쳐서 수용한다”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1.20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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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수용률 80% 선 예상...일부 피해자, 토지 매각 기다리며 거부
▲ 금융감독원에서 이의신청자들에게 발송한 배상안. 투자자의 나이와 투자 금액 등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투자 피해자들에게 손실액을 일부 배상해주기로 결정한 가운데,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이번 보상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다.피해자들은 보상 기준이 만족스러워서가 아니라 8년이라는 긴 시간에 지쳐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당국과 은행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몇몇 피해자들은 끝까지 남아 민사 소송을 준비하거나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가 높은 가격에 팔릴 것을 대비해 보상안 수용을 거부할 예정이다.20일 우리은행 파이시티 투자 피해자 대책위에 따르면 분쟁조정위에 직접 이의를 신청한 22명의 피해자들 중 80%에 달하는 18명 가량이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의 배상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측은 앞으로 배상을 받게 될 1400여명에 달하는 전체 투자 피해자들의 배상안 수용 확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책위 측에 따르면 현재 파이시티 투자 피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40% 내외로 예상되는 우리은행 측의 배상안을 수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것. 마지막 하나는 파이시티 부지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기를 기대하며 ‘버티는’ 것이다.2003년 시작된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에 3조 4000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후 파이시티 측은 1조원이 넘는 대출을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2011년 1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당시 우리은행은 2007년 개인투자자 1400여명에게 1900억원어치에 달하는 파이시티 신탁상품을 팔아치웠다.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은행 측이 당시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에게 해당 신탁상품을 원금 보장과 수익률 8%를 보장해 주는 예금상품인 것처럼 속여 팔았다는 점이다.
▲ 우리은행 파이시티 신탁상품. 겉면에는 ‘저축성 통장’이라는 문구뿐이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를 단순한 예금상품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첫 번째 안을 고려하고 있다. 은퇴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했던 투자자가 많았던 만큼,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고령의 피해자가 많아 더 길게 싸움을 이어나갈 기력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재조정을 신청할 경우 우리은행에서 분쟁조정 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임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이 또한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 동양 기업어음(CP) 사기사건처럼 재조정 신청 이후 기각도 재조정도 안된 상태로 시간만 지나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이번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피해자들이 받게 될 배상액은 원금의 30~50%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비율이 투자 금액이나 개인의 연령에 따라 가감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명의인이 아닌 가입 대리인 기준으로 65세 이상인 경우는 5%포인트 가산되고, 80세 이상은 10%포인트가 가산된다. 또 투자금액의 총액이 1억 초과 2억 이하인 경우 1억 초과분에 대해서는 5%포인트가 차감되고, 총액이 2억 초과인 경우는 10%포인트가 차감된다.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10년 이상 표류한 양재동 파이시티 땅의 공개 매각을 앞두고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파이시티 부지의 감정가는 현재 7000억원 수준이다. 당국은 4000억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했다. 그러나 부지 입지 조건이 좋은 만큼 만약 인허가를 다시 받게 될 경우 1조원 이상으로 감정가가 뛸 수 있다는 ‘소문’도 끊이질 않고 있다. STS개발과 중국 개발업체 등이 부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해당 부지가 1조원 이상으로 매각 된다면, 피해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보상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인허가 문제도 아직 풀리지 않은데다가 부지가 상당히 넓은 만큼 건설업계에서도 파이시티 부지를 매입할 개발자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영일 우리은행 파이씨티 피해자 협의회 고문은 “중국 업체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돌던 것”이라며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해당 부지가 기대 이상으로 높은 가격에 매각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있지만, 일부는 ‘끝까지 가 보자’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보상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억울함이 풀려서가 아니라 지쳐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당시 우리은행은 고령의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보름동안 판매하는 대박상품’이라는 식의 홍보를 하며 돈을 끌어 모았는데 그 결과가 8년여 만에 반토막 난 노후 준비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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