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 “조기통합 위한 여론몰이 나서”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통합을 이루기 위해 외환은행의 실적 부진과 관련한 여론몰이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이 과정에서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실적에 대해 주요 항목에서 역분식(분식결산중 이익을 너무 적게 표시하는 것)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18일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지난 6일 2014년 외환은행의 주요경영실적을 공시형태로 발표한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주도 하에 외환은행의 실적부진 여론몰이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조기통합을 정당화 하려는 의도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역분식에 대한 의혹이다. 노조 측은 외환은행의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 핵심이익, 판관비, 총영업이익경비율(CIR) 등 주요 경영지표면에서 오히려 타 은행대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우선 은행의 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을 가늠하는 잣대인 핵심이익은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2014년 핵심이익은 2013년 대비 5.5%나 성장했다. 이는 타 시중은행들을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인건비와 고정비성 경비 및 변동비성 경비로 구성되는 판매관리비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외환은행의 2014년 판매관리비는 2013년 대비 2.0%가 감소했다. 이는 10%에 가까운 비용이 증가한 신한은행은 물론 0.7%로 소폭 감소에 그친 국민은행과 비교했을 때 타 시중은행들을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즉, 핵심이익의 증가와 판매관리비의 감소를 통해 외환은행은 타 시중은행을 월등히 앞서는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외환은행의 경우 은행의 비용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CIR(총영업이익경비율)의 효율성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CIR이 높다는 것은 창출한 영업 대비 경비가 많이 소요되었다는 의미다. 때문에 영업이익의 증가와 판매관리비의 감소는 자연적으로 CIR 비율의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그런데 외환은행의 2013년 대비 2014년 CIR 비율은 7.3% 감소했다. 이는 CIR 비율이 증가한 타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영업을 영위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주요 지표의 성장세에 힘입어 외환은행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3년도의 8조7867억원에서 8.03% 증가한 9조 4926억원, 영업이익은 2013년도의 4871억원에서 18.64% 증가한 578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만은 2013년도의 4441억원에서 15.25% 감소한 3763억원을 기록했다.이에 외환은행 노조 측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오히려 줄어든 이유를 찾기 위해 회계전문가에 의뢰해 외환은행의 2014년 실적을 분석했다.우선 노조 측은 모뉴엘 사태와 관련한 과도한 대손충당금이 적립됐다며 적정성 문제를 제기했다.외환은행의 모뉴엘에 대한 대출 총액은 1098억원으로 이중 담보대출이 863억원, 신용대출이 235억원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모뉴엘에 대해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682억원으로 신용대출건 235억을 차감한 447억원이 담보대출건에 대해 적립됐다. 이는 담보대출건과 관련 보증을 제공한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적립된 것이다.이에 노조는 외환은행이 신용대출 전액, 담보대출의 50%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 타 은행 대비 과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이익 감소를 자초했다는 입장이다.실제 시중은행 중 모뉴엘 관련 가장 많은 익스포저를 가진 기업은행의 경우 총 여신 1510억원(신용대출 510억원 및 담보대출 1000억원) 대비 대손충당금은 493억원만 적립했고, 국민은행의 경우 총여신 525억원(신용대출 235억원 및 담보대출 290억원) 대비 308억원만 적립했다.
노조는 애초 모뉴엘에 대한 부실대출이 늘어난 원인 중 하나 역시 하나금융의 무모한 자산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고도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외환은행은 2012년과 2013년 2년간 무모한 자산확대를 통해 여신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는데, 그 단적인 예가 모뉴엘에 대한 부실대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외환은행이 국민은행 등 타 은행과 동일한 기준으로 모뉴엘 부실대출 관련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면 2014년 외환은행의 영업이익은 6011억원으로 2013년 대비 무려 23.39% 증가하게 되고,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이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카드사업부문 분사로 인한 이익 감소 문제 역시 당기순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금융이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던 캐시카우 외환카드를 일방적으로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노조에 따르면 2013년까지 외환은행은 카드사업부문을 영위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기반으로 2012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1000억원 이상의 높은 수익을 창출해 왔다.그러나 2014년 하나금융은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카드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하자는 명목으로 외환은행으로부터 카드사업부문을 분할시켜 이를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SK카드와 합병했다.문제는 분할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당시 분할방식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선택해 외환은행의 자본금 3조2245억원 중 20%에 해당하는 6400억원이 고스란히 하나SK카드에 이전됐다. 더구나 KEB하나카드는 통합 후 적자전환해 2014년 84억원의 영업손실과 1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노조 관계자는 “만약 외환은행의 카드사업부문이 분사되지 않고, 2013년의 영업이익이 동일하게 2014년 시현되었다고 가정한다면, 2014년 당기순이익은 약 500억원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중국법인 합병 관련 손실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법인의 합병시기 조절 및 관련회계처리를 통해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을 감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하나금융은 2014년 말 하나은행 중국법인과 외환은행 중국법인의 통합을 완료했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지주가 계상한 합병관련손실은 869억원으로, 이중 외환은행은 407억원에 달하는 합병관련손실을 계상했다.문제는 2014년 9월까지 외환은행 중국법인의 누적순이익이 150억원으로 2014년 말 기준 200억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노조는 하나금융의 합병 강행으로 인해 외환은행은 총 6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고, 이 같은 손실이 고스란히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노조는 만약, 중국법인의 합병이 2014년 말에 이루어지지 않고 2015년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2014년 당기순이익은 약 500억원 이상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의 주요 자회사에 해당하므로 외환은행의 실적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나 근로자, 예금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고, 이에 대한 실적에 관한 허위, 과장 등 오인을 유발하는 공시 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초래하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이 같은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병호 신임 하나은행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은행의 실적이 매우 좋지 않으며 이를 토대로 조만간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고 노조와 대화를 통해 조기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외환은행의 실적 부진을 조기통합의 빌미로 잡으려는 일종의 언론플레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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