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다 팔아도 빚 못 갚는 ‘완전자본잠식’ 빠져 증시퇴출 예고 분양 회복 수혜, 대형업체 집중…토목 등 나머지는 여전히 불황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시공능력평가 24위인 중견건설사 경남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최근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회생을 노렸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산을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경남기업에 대해 전액 자본잠식에 대한 확인 요구와 함께 이 회사의 주식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경남기업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가 -493억원, 자본금은 179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자본총계를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은 무려 -27.5%에 달해 자본금 전체가 잠식된 상황이다.이에 따라 경남기업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느냐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는 최근사업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금 전액 잠식상태인 기업은 즉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경남기업은 현재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경남기업과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해결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이달 말까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올해 들어 회생의 움직임을 보였던 경남기업마저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업계에선 중견건설사를 둘러싼 위기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앞서 동부건설은 2013년과 지난해 순손실 1780억원, 2111억원을 기록하며 자본 총계가 1년 만에 3501억원에서 540억원으로 급감했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기업은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며 2년 동안 자본잠식이 계속되면 상장 폐지된다.법정관리 중인 남광토건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2013년 자본총계가 418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056억원 손실을 기록해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655억원으로 돌아섰다.삼환기업 역시 지난 2년에 걸쳐 각각 2796억원과 65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금 전액 잠식은 증시 퇴출 사유가 되며 이달 안에 해소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상장 폐지 수순을 밟는다.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업체들이 이처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것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미분양 사태와 마진율 하락에 따른 적자가 계속 누적된 결과로 분석한다.분양시장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1군으로 불리는 대형 건설업체만 수혜를 누리고 있고 토목 등 나머지 부문은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실제 지난해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107조4664억원으로 전년 91조원에 비해 17.7% 늘어났지만 중견 건설업체들이 주요 먹을거리로 삼았던 민간 토목 부문 실적은 2012년도의 50%수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