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영향...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양국의 실질실효환율 차이는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2년 전에 비해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주요 신흥국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오른 반면 일본 엔화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약세가 지속된 탓이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4일 국제결제은행(BIS)과 대신증권 등에 따르면 한국 원화의 지난 3월 실질실효환율(2010년 100 기준)은 113.46을 나타냈다. 같은 달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0.57이다.실질실효환율은 명목환율을 상대국과의 교역 비중으로 가중평균해서 물가 변동을 반영해 산출하는 환율로,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그만큼 통화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12년 중반까지는 엔화 실질실효환율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었다.그러나 2012년 10월 100.70(한국)과 99.67(일본)로 역전되면서 완전히 흐름이 뒤바뀐다.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엔화 약세를 유도한 ‘아베노믹스’가 태동한 시점이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되고 나서 그해 12월 총선에서 승리하기에 앞서 중앙은행에 무제한 양적완화를 요구하며 엔화가치의 하락을 유도했다.아베의 총리 취임 3개월 만인 2013년 3월 일본의 실질 실효환율은 79.3으로 떨어졌다.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며 지난해 12월에는 69.2까지 내려갔다.
반면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에 110을 넘어섰으며 지난 1월에는 114.59까지 상승했다.2011년 1월과 비교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2.77% 상승했고, 엔화는 30.02% 떨어졌다.원화와 엔화 가치의 등락이 엇갈리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양국의 실질실효환율 격차에서도 드러나는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은 대일 수출에 악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제3국으로의 수출에도 악재가 된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의 타격이 크다.실제로 최근 국내 기업 실적과 수출도 환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의 4월 수출액은 46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1% 감소했다. 수출은 4개월째 감소한 데다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일본으로의 수출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대 일본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2.6% 줄었다. 1분기 일본으로의 수출액은 63억93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0% 급감했다.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이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한국 경제가 급박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며 “자동차업체 등 국내 기업들이 엔저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당분간 원·엔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세계 교역량 감소 등으로 수출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엔저의 영향도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지속된 엔화 약세에도 일본 기업이 환율 변동을 수출품 가격 변화에 반영하지 않아 엔저의 영향력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이 단가를 낮추면서 일본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고 수출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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