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환율 전쟁…엔저 심화에 한국 수출 타격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국·중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대외악재로 꼽혔다.경제전문가들은 31일 한국 경제의 대외 악재로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진 △환율전쟁과 엔저 심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신흥국 외환위기 가능성 등을 꼽았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국·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연설을 하면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금리인상을 뜻한다.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을 한 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반대로 원·엔 환율은 하락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금융연구원의 임진 박사는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한국금리도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한국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거론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가 통화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긴축 발작’이 일어났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갈지 지켜봐야 한다”며 “금리 인상에 따라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등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경기의 둔화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중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0%로 2009년 1분기(6.6%)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2분기에도 경기 부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중국은 한국의 제1무역 상대국이어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한국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도 한국 경제로서는 타격이다. 미국은 1분기 GDP가 0.7% 줄었다고 최근 발표했다.김경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중간재를 한국에서 많이 수입했는데 산업구조가 내수중심으로 바뀌면서 한국 수출이 줄어들었다”며 “전반기 미국의 경기 회복도 더뎌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금융과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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