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삼성 백기사로 나서면서 엘리엇에 역공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선택이 소액주주 행보 가를 듯
[매일일보 최수진 기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전격 결정하며 사실상 지주회사로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신청 등 양사의 합병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합병 향방이 오리무중에 빠졌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우회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현재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지만 16.5%로 합병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무리 없이 이뤄질 것 같았던 양사의 합병은 엘리엇의 공격에 주춤한 상황이다.엘리엇은 ‘경영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수했다. 이어 합병안이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며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 소송 제기로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네덜란드 연기금, 일부 소액주주 등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들도 모아지고 있다.합병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그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을 넘어야 한다. 때문에 엘리엇이 20~30%가량의 지분만 확보해도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총 안건 분석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도 “합병안이 삼성물산의 일반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내 자산운용사 8곳에 발송했다.삼성물산 합병이 위태로워지자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며 백기사로 나섰다. 합병 무산을 대비하는 삼성물산과 삼성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KCC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KCC로 넘어간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5.76%)은 의결권이 되살아났다. 삼성그룹은 내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삼성그룹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1.37%) 보유 지분 등을 합친 우호 지분 13.99%에서 5.76% 늘어난 19.75%의 지분을 확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선택이 소액주주 행보 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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