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VS 영업사원 법정 공방
영업사원 ‘롯데칠성, 허위장부작성 지시 책임 전갗롯데칠성 ‘능력 없는 영업사원의 할인판매, 사측 손해’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국내 음료시장의 최강자’, ‘매년 평균 10%대의 성장’ ‘매년 최다 신제품 출시’...
바로 지난 30년간 음료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주식회사(이하 롯데칠성)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롯데 칠성 주가는 주당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주의 대명사로 불리고, 전반적인 내수 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롯데칠성은 성장을 거듭해 여전히 국내 음료업계 독보적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런 성장 밑바탕에는 각 지점에서 땀흘려 롯데칠성 제품을 판매해온 영업사원들의 노력이 지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칠성은 수 년 동안 자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해 온 사람들을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1월12일 롯데칠성 소속 영업사원3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소송에 대한 맞대응인 셈.
이에 영업사원들은 업계의 관행 상 이루어지던 일들이고, 회사의 묵인 또는 지시에 의해 생긴 것인데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거 롯데칠성 대리점에 근무했던 한 영업직원은 “영업직원에 대한 롯데칠성의 횡포는 업계에서 유명하다”면서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 수 있다” 고 말했다.
과연 롯데칠성과 영업사원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5월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주도의 업무보고 자리가 열렸다.
제과와 칠성, 백화점, 호텔 등 그룹 주력 사업 부문의 CEO들이 신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 등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그런데 롯데칠성의 경우에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바로 ‘실적이 너무 높아서(?)’ 화살이 돌아온 것.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다른 업종은 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데 왜 유독 음료사업만 성장한 것으로 보고하느냐” 면서 “밀어내기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 신 회장이 질책을 가할 만큼 유명한(?) 롯데칠성의 ‘밀어내기 영업’ 이란 무엇일까.
영업사원 ‘무리한 판매량 책정, 덤핑판매 유도?’
영업사원들의 말에 따르면 ‘밀어내기 판매’ 라는 것은 보통 음료회사들이 다른 경쟁업체와의 실적경쟁을 의식해 매년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가판(아직 판매되지 않은 것을 판매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기재하는 방법)을 잡는 것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밀어내기 식 영업은 음료업계에서는 관행처럼 굳어진 일이라는 것.
영업사원들은 “음료업계에서 이런 밀어내기 영업이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유독 롯데칠성에서 심하다” 면서 “지점장은 물론, 본사 직원 심지어 롯데칠성의 대표이사까지도 이런 관행을 알고 있으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지금까지 묵인해 왔다” 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2일 롯데 칠성 소속 ‘프리셀러’ 영업사원 30여명은 잇따라 회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냈다.
또 이종원 전 롯데칠성 대표이사를 무고죄, 강요죄 등으로 고발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영업사원들은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회사 측의 모순적인 유통정책과 과다한 영업목표 책정으로 인해 물품을 정해진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덤핑할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 측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놓고, 이제 와서 영업사원들이 그 차액을 횡령했다며 배상하라고 협박하는데 이는 부당하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검찰고소로 맞대응하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 대형할인점에 적용되는 할인율과 영업사원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의 할인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소를 당한 영업사원들은 업계의 관행인데다 회사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인데 모든 책임을 자신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허위장부작성 지시, 영업사원에 책임전가?
영업사원들은 롯데칠성이 매년 영업사원들에 책정하는 목표량은 실제로는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분량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영업사원들은 부족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로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장부나 전산상으로만 판매를 한 것처럼 작성하는 이른바 ‘가판’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 가판 금액은 회사에서 공급가격으로 정하는 가격으로 기재를 한다.
월말이 되면 영업사원들은 수금을 해야 하는데, 지점에서는 가판 잡은 물량을 팔아서 회사에 입금시키기 위해 관할 구역 외에서 실제유통가격(회사에서 지시하는 공급가격보다 20~40% 할인된 가격)으로 덤핑판매를 해서 회사에 입금을 시킨다는 게 영업사원들의 설명이다.
본사 영업부나 각 지점장은 이렇게 관할 구역 외에서 유통가격으로 할인 판매한 후 회사에 보고할 때는 관할 구역 내 거래처에서 회사가 지시하는 가격대로 판 것처럼 장부나 전산을 작성하라고 지시하는한편 여러 거래처로 분산시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회사에서는 실제거래와 장부상 거래가 맞지 않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하며, 전혀 거래가 없는 거래처에 대해서도 세금계산서 발행을 유도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점장들은 이렇게 관할구역 외에서 덤핑판매 한 물량을 그 지점 내 각 영업사원의 관할구역 내에서 판매 한 것처럼 장부를 작성하고 전산에 입력시키도록 한다는 데서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업사원들은 자신의 관할구역에서 실제로 판매한 물량보다 과다하게 판매한 것처럼 장부를 작성하거나 실제로는 거래가 없는 거래처에도 판매한 것처럼 장부를 만들어 각 지점장에게 보고를 한다.
영업사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지점장들은 물론 본사 측에서도 자세히 알고 있고, 심지어 회사에서 이런 방식으로 유도를 하기도 한다” 고 주장했다.
더욱이 영업사원들은 “회사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체사업자를 이용한 허위장부작성을 지시해 왔다” 면서 “롯데칠성 이종원 사장은 이와 같이 관할구역 밖에서 덤핑판매가 이루어지는 점을 알면서 그 장부나 전산입력 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점관할구역에서 판매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맞추는 방법을 직접 고안해 쉽게 장부나 전산입력 자료를 작성할 수 있도록 ‘대체사업자’란 개념을 만들어 교육시기까지 했다” 고 주장했다.
그 후 회사에서는 출고된 제품 수량과 입금된 금액이 다르면 그 부족분에 대해(회사에서 출고한 물량에 회사에서 지시하는 가격을 곱해 전체 미수금액을 산정) 미수 장부 등을 들고 거래처에 실사를 나간다고 하면서 미수조사를 실시한다고 영업사원들은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당연히 미수장부와 실미수액은 거래선을 분산시켰기 때문에 맞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영업사원들에게 그 금액에 대해 장부를 조작해 횡령하려 했다고 하면서 자인서나 변제각서를 받아둔다.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이때 지점장들은 자인서나 변제각서를 쓰더라도 지점장이 책임질 것이며, 형식상 써두는 것이니 걱정 말고 작성할 것을 강요 한다.
회사에서는 이 자인서나 변제각서를 가지고 보증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고 보증보험회사는 영업사원에게 다시 구상한다.
그러다가 미수금액이 커지거나 본사 감사에서 적발 될 경우에는 이렇게 받아둔 자인서나 변제각서를 근거로 영업사원에게 변제를 청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영업사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롯데칠성에서는 관행적으로 위와 같이 판매해오는 것을 묵인해왔으면서 이후 발생하는 미수차액을 모두 영업사원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또 각 지점장들 역시 수시로 시장 유통가격을 확인하고 본사에 보고하면서 시장유통가격 이하로만 판매하지 말라고 지시 한 후 자신들은 전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모든 책임을 영업사원에게 떠넘긴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지점장들 역시 본사에서 무리하게 할당된 목표를 채우기 위해 실제로 지점 내 거래선에서 판매하는 물량은 목표액의 30~35% 미만임에도 나머지 목표액은 가판을 잡아서라도 맞춰 놓으라고 영업사원들에게 지시한다.
지점장들이 이렇게 가판을 잡아서라도 본사에 실적을 보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영업사원들은 “판매 실적이 저조할 경우 본사로부터 문책, 대기발령, 보직해임 등 인사 상 불이익을 받으며 다른 지점장들도 가판을 잡아서 경쟁적으로 실적을 과장 보고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는 특판, 영업사원은 정상가로 팔아라?’
그런가하면,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대형할인마트에는 영업사원이 아닌 특판을 통해 영업사원들이 공급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소매상의 경우 영업사원들로부터 구입하는 가격보다 대형할인마트에서 구입하는 가격이 더 싸기 때문에 롯데칠성 회사의 영업사원들로부터 구입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에 영업사원들은 소매상에게 대형할인마트를 통해 구입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팔수밖에 없다.
롯데칠성의 각 지점장이나 본사 직원, 대표이사까지도 위와 같은 유통구조상의 모순점을 잘 알고 있고, 영업사원들이 회사에서 인정한 10% 할인율보다도 더 많은 할인율로 판매하는 것을 인정하고 묵인해왔다는 것이 영업사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음료업계 도매상들은 “현재 음료업계는 경쟁이 치열해 각자 자신들의 판매를 높이기 위해 정상가보다 30~40%할인된 시장유통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면서 특히 롯데칠성의 영업사원들이 가판과 덤핑판매가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롯데칠성이 실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의 2~3배로 무리하게 판매목표를 책정하고 이를 달성하라고 지시하며, 이에 따라 지점장들은 회사에서 지시하는 가격보다 싸게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라고 지시하고 묵인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사원들은 소매상이나 거래처에서 물건을 공급하고 세금계산서나 영수증을 발급할 때는 실제로 납품한 가격(영업사원에게 인정된 10%할인율보다 더 많은 30% 정도의 할인율로 공급한 가격)으로 발급해 주고 롯데칠성의 지점을 통해 본사에 보고할 때는 10%만 할인된 가격으로 장부를 작성해 보고해왔다.
롯데칠성 전직 영업사원 오모씨는 “회사는 이처럼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장부상으로만 발생한 차액에 대해서도 영업사원들에게 물품대금을 횡령했다고 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고, 보증인(대부분 영업사원의 부모, 형제, 친인척)들에게도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협박을 했다” 면서 “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이 롯데칠성 회사에 지불각서를 쓰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집을 팔거나 돈을 대출받아서 갚아야 했으며, 회사에 근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불해야 할 금액도 늘어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고 설명했다.
이어 오씨는 “더욱이 회사는 가공의 미수금을 제대로 변제하지 않으면, 영업을 시키지 않고 단순 배송만 시킨다” 면서 “월급 150여만원이 나오면 그날 바로 찾아다가 120만원 정도를 회사에 입금시키도록 하거나, 영업사원들도 모르는 사이 퇴직금을 중간 정산시켜서 영업사원 통장으로 입금시킨 후 그 돈으로 변제하게 한다. 심지어는 은행 직원을 지점으로 불러들여 대출을 알선하기도 한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퇴직금 중간 정산은 전 직원에 걸쳐 시행한 것이고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 면서 “실제로 영업사원들의 퇴직금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를 가지고 무슨 변제를 하게 했겠느냐” 고 반박했다.
롯데칠성, 공문 통해 할인판매 지시?
영업사원들의 주장에 대해 롯데칠성 측은 “회사에서는 그런 관행을 묵인한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대량매출로 인한 할인점에 할인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영업정책이지만 영업사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차이가 크지 않다” 면서 “허용되지 않은 할인율에 물건을 팔지 말도록 지시했는데, 이를 어긴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 된다” 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부 공금을 횡령한 직원들이 회사의 미수금 조사에 대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과연 회사 측 주장대로 영업사원들이 본사에서는 전혀 허용하지 않은 할인율을 자의적으로 할인해서 판매했을까.
롯데칠성 본사에서 각 지점에 내려온 2005년 1월 영업지침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측 주장과는 다른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매점 하한가 실시 지속>
사이다 캔-8,500원/ 2%부족 캔-8,500원/ 사이다 1.5L 펫-10,500원
<매일일보> 취재 결과 사이다 250ml 캔 제품은 1박스 당 당시 공급가격이 11,000원이므로 하한가 8,500원을 %로 환산하면 22.7%가 된다(나머지 제품도 동일)
사이다 1.5l 페트는 1박스당 공급가격이 13,000원이므로 하한가 10,500원을 %로 환산하면 19.2%. 즉 도매점 하한가격을 %로 환산한 약 20~25%할인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영업사원들의 판매가격을 알아본 결과 2005년 1월 경 실제유통가격은 하한가 8천500원보다 약 1천~1천500원 정도 할인된 7000원 안팎에서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칠성 역시 이러한 유통가격을 알고서, 가격이 더 이상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한가 8,500원은 받도록 영업사원들에게 지시.
공문을 통해 영업점에 하한가 지침을 내려보내고도 회사 측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며 발뺌을 하고, 오히려 영업사원들을 횡령이라는 명분으로 고소한 것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다른 영업사원들은 정상적인 가격에 다 제대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일부 그렇지 못한 영업사원들이 멋대로 할인 판매를 했다” 면서 “오히려 손해를 입은 것은 회사측이다” 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런 이유로 몇 차례 분쟁이 있었다” 면서 “이번에 영업사원들이 조직적으로 대규모 소송을 하게 된 것은 사건을 맡고 있는 담당 변호사가 ‘비슷한 케이스의 사람들을 모아오면 수임료를 할인해주겠다’고 해서였다” 고 넌지시 말했다.
과연 회사 측의 주장대로 영업사원들이 횡령이나 배임을 한 것인지, 아니면 영업사원들의 말처럼 본사 측의 묵인이나 지시하에 이루어진 관행인지 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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