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오는 9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 하나은행’이 순조롭게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산규모 290조원의 메가뱅크를 앞으로 2년간 이끌 초대 행장이 누가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금융이 제출한 합병 인가 신청건에 대해 본인가 결정을 내렸다.앞서 하나금융은 지난 7일 주주총회에서 통합은행명을 ‘KEB 하나은행’으로 확정한 후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이번 당국의 승인으로 행정적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금융권 안팎의 이목은 이달 말 결정될 임기 2년의 통합은행장 결정에 쏠리고 있다.김정태 하나금융회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4일 첫 모임을 갖고 2~3명의 후보를 압축한 뒤 면접을 통해 단독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통합은행장은 김 회장과 사외이사 3명이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결정된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다.그러나 김인배·박문규·윤종남 사외이사 역시 김 회장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통합은행장이 김 회장의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재 유력후보는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3파전이 예상된다.30여년 넘게 외환은행에서 근무해 온 김한조 행장은 초반만 해도 이 경쟁에서 앞서나간 인물이다. 1인자인 지주 회장을 하나은행 출신이 맡고 있으니 외환은행 출신이 2인자 격인 통합은행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에 전통 외환맨으로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그러나 통합과정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지 못한데다가 ‘하나금융에 끌려다닌다’며 노조 집행부와의 신뢰관계 역시 무너지면서 그는 단독 선두에서 밀려났다.
반면 김병호 행장은 지난 2월 선임된 후 올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5560억원)와 비슷한 56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전임 김종준 행장 사임 이후 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인물로, 잡음 없이 하나은행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1961년생으로 은행권 최연소 행장을 기록할 만큼 젊은 나이인데다 하나은행 출신이라는 점은 다소 우려할만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외환은행 고참 임원들과 나이가 비슷한 젊은 행장이 조직 문화가 다른 외환은행 직원들을 포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2008년부터 충청지역에서 ‘영업통’으로 입지를 다져온 함 부행장의 경우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그는 1980년 서울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계에 몸담아 왔으며,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에서 충남북영업본부장, 대전영업본부 부행장보 등을 거쳤다. 1956년생으로 나이는 김병호 행장보다 위다.KEB하나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만큼 기존 두 은행장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도 남아있어 최근 부쩍 주목도도 높아졌다.그러나 직책이 아직 부행장이다 보니 곧바로 통합은행장으로 인선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이런 3파전 속에 일각에서는 통합으로 자산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이 되는데다가 하나금융지주에서 차지하는 은행 비중이 과도하게 크다며 지주 회장과 행장 사이에 힘겨루기 양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김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직접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KB금융의 방식인 셈이다.하지만 이 같은 안은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이에 현재 금융권에서는 초대 통합은행장은 김병호 행장이, 은행내 넘버2로 꼽히는 영업총괄 부행장은 함 부행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김종준 전 행장이 깜짝 발탁됐던 것 등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예단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통추위와 임추위가 가동되지만 결국은 김정태 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화학적 통합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양측이 신뢰관계를 쌓는데 적합한 인물이 낙점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