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은 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사실 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를 점치는 이들이 다수였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뒤 삼성은 콘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추진력이 크게 둔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회장 퇴진후 현재 외형상 삼성은 외형적으로 사장단협의회가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지만 사장단 협의회가 계열사 사장단들의 협의체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그룹의 현안을 심도깊게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한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를 비롯해 재계에서는 이 회장 복귀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고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이 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이 회장의 경영복귀설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단독 사면복권됨으로써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사라짐으로써 복귀는 시간문제가 됐다. ◆ 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나?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건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그간 재계의 전망을 깨고,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주총을 전후해 삼성그룹 명예회장 겸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같은 예상을 뒤엎고 그룹 명예회장이 아닌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건희 회장은 왜 그룹회장이 아닌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을까?이에 대해 이인용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그룹의 대표 계열사이니,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며 "2월 중순부터 도요타 사태를 지켜보며 사장단이 느낀 위기감은 상당했다. 투자결정 등 경영상의 스피드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회장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이 회장께 복귀를 요청하게 됐다” 말했다. 이 전 회장도 복귀와 관련 "지금이 정말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이 어찌 될 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이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세계를 강타한 '토요타 사태'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호령하던 초글로벌 기업도 한순간에 휘청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이날 이건희 회장이 밝힌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삼성전자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현재가 위기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최근 전자업계의 동향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속도로 전환되면서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특히 지난해 애플이 핵심 제품만을 통해 50%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10%대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줄곧 강하게 강조해 온 '질 경영'에도 배치되는 사례다.반도체와 LCD 등 부품 라인업을 보유, 종합IT 업체로서의 시너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란 기존의 강점 역시 이 같은 업계의 동향 때문에 많이 흐려진 상황이다. 실제 세계적인 칩메이커인 인텔 역시 넷북용 앱스토어인 '앱업 센터'(AppUp Center)를 개설해 넷북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의 변화는 시대의 '경고'인 셈이다. 때문에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의 주요 사안들을 깊이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냉장고 폭발 사고, 반도체 기술 유출 등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의 기강이 전체적으로 해이해졌다는 판단도 많다. 그룹의 중심에 대한 갈증은 삼성그룹 안팎에서 그동안 꾸준히 있어 왔다.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의 일련의 사고가 연이어 터진데다, 토요타 사태까지 겹쳐 (이건희 회장의 위기감은) 더했을 것"이라고 했다.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삼성전자 회장으로의 복귀가 더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많다. 공식적으로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가 올림픽 공식파트너 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서 삼성전자 회장으로의 복귀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