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할인점 신축 현장 용역업체 vs 지역상인 정면충돌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대형할인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이하 홈플러스)의 무리한 지역 출점 전략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국 점포 수 42개를 거느린 홈플러스는 세계 10위권의 거대 기업 영국 ‘테스코’사와 삼성물산의 합작회사.
국내 할인점 업계 2위의 홈플러스는 지역 출점 과정에서 재래상인들과 마찰을 빗으면서 일명 ‘무자비한 폭력자’로 통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 감만동 홈플러스 신축 공사장에서는 생존권 보장을 외치던 나이든 재래상인들이 용역업체에서 고용한 직원들의 무력진압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부상을 당한 상인들을 포위, 감금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나 몰라라’하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홈플러스가 남의 일처럼 아랑곳 않는 데는 홈플러스의 ‘기이한 출점 전략’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할인점 출점에 따른 지역 재래상인들의 반발을 피하고 사업 추진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개점 직전까지 입점 사실을 숨기는 전략을 택해왔던 것.
지금도 경남, 전북을 비롯 전국 곳곳에는 SM21, 썬마트 등의 이름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심한 욕설과 함께 발로 차고 때리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나이 많은 상인 얼굴에 대고 오줌을 누는 직원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홈플러스 공사 현상에서 벌어졌던 용역업체의 무력진압을 목격한 지역 상인 이모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대다수가 나이든 사람이라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좀 젊은 상인들에게는 직원들이 ‘젊은 애들은 팔을 꺾어버리고 반쯤 죽여, 핸드폰도 부숴버리고’라고 말했다” 고 당시 상황을 생생히 밝혔다.
현재 부산 남구 감만동 외국어대학교 인근에는 홈플러스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지역 재래 상인들은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지난 1월 말부터 홈플러스 공사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공사에 반대하는 집회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투쟁 중인 이들 재래 상인들은 시공업체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의 저지와 무력 진압에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래상인의 특성상 대부분이 50대 이상이고 일부 70세 이상의 노인도 있지만 용역 직원들은 플라스틱과 방패로 무장한 채 상인들은 거칠게 밀어냈고 이에 나이 많은 상인들은 실신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용역업체 ‘무자비한 폭력’, 경찰 ‘상인 감금’
상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홈플러스 입점에 따른 피해에 관해 ‘생존권’을 위한 적정 수준의 보상과 협상 기간 중 공사 중단이다.
대책위 측은 “200여개 점포와 노점상 등 영세상인들이 홈플러스 입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 면서 “개별1천만원, 총 2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해 줄 것” 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공업체 측은 상인들이 제시한 추상적인 부상대상과 집계명단만으로 보상해 줄 수 없으며 공사 중단도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하자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행사, 시공사 측은 매번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며 초점을 흐리고 상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금껏 한 번도 현장에 나와 상인들과 얘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면서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 수수방관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상인들은 공사 현장에 나와 농성을 계속했고, 그런 가운데 급기야 용역업체 직원들의 잔인한 무력진압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 직원과 상인들의 무력 충돌은 지난달 22, 23, 24일 그리고 27일에 걸쳐 발생했다.
22일 오전에는 상인과 주민 50여명이 공사를 위해 들어오는 래미콘 차량 등을 막고 용역 직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상인 이모씨(65) 등 5명이 허리와 무릎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24일에도 역시 용역 직원들의 무력진압은 계속됐는데, 또 다시 일부 상인들이 얼굴과 머리 등에 심한 부상을 입고 병원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현장에 있었던 김모씨는 “60세 가까운 상인 한 명은 용역 직원의 방패에 튕겨져 도로 중앙선까지 떨어져서 거의 하루 동안 실신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수 십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누구 하나 폭력현장을 저지하고 다친 상인들을 돌보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경찰은 시공사가 업무방해 등으로 대책위 위원장을 고소해 왔다면서 농성을 벌이던 상인들을 포위, 감금하고 대책위 위원장을 비롯 상인 28명을 경찰서로 연행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 한 관계자는 “용역직원들이 잔인하게 사람들은 때리고 밀쳐내는 대도 경찰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었다” 면서 “심지어 24일 시위현장에서는 경찰들이 오히려 상인들은 감금시키고 방패를 휘둘러 이에 맞아 머리가 터진 사람도 있었다” 고 울분을 터뜨렸다.
홈플러스 ‘브랜드 숨기기’ 전략, 상인 반발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홈플러스 측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감만동 현장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듣기로는 약간의 충돌이 있었고,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시위 저지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지 의도적인 폭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이런 태도에 대해 지역 상인들은 ‘대형할인점이 지역 상권을 다 짓밟고 있다’는 일부 지역 언론들의 반대 여론을 피하기 위해 ‘브랜드 숨기기’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유명한 홈플러스 식 출점 방식은 바로 ‘개점 직전까지 브랜드를 숨겨라’라는 것.
현재 전국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대형할인점들이 지어지고 있다.
경남 일대 3곳에 ‘SM21’, 또 전주 ‘덕진마트’, 김제 ‘썬마트’, 익산 ‘아이산업개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생소한 이름의 이들 할인점의 진짜 브랜드는 모두 홈플러스. 처음부터 홈플러스 매장이 들어올 건물을 짓고 있으면서 이를 숨기고 다른 이름을 사용해 지역 상인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측도 입점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사실 이렇게 해도 대부분 상인들이 곧 눈치를 채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차명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의 반발과 선거 등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 등으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 고 설명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감만동 현장 또한 건물 건설을 위해 땅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건축 허가 표지판을 숨겨놓았으며 공사 허가를 내준 남구청 역시 판매 및 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 외에 어떤 영업시설이 들어서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 신축 건물에 대해 홈플러스 쪽에 확인한 결과 “건물이 완료되면 사들이는 방식으로 2006년 추석 이전에 홈플러스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매장 규모는 1천5백평 정도”라고 부산일보는 전했다.
홈플러스의 차명 전략은 전북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새전북신문 보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전북에서도 역시 전주와 김제, 익산 등 3곳에서 차명으로 공사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까르푸의 경우 전주시 중노송동 매장 오픈을 위해 2003년 5월 27일 교통영향평가를 접수한 이후 5개 월 여만인 10월 15일 조건부 통과를 받았고 서신동 롯데백화점은 2001년 4월 28일 접수한 이후 4개 월 여만인 8월 16일 조건부 가결됐다.
반면에 덕진마트와 썬마트, 아이산업개발을 가장한 홈플러스는 모두 1개월 안팎의 기간에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한 것.
모두 유사한 대형할인점이었지만 브랜드 숨기기 전략으로 교통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2005년 6월 ‘덕진마트’로 등록된 토지를 모두 사들였고, 김제 검산동의 ‘썬마트’로 등록한 대형할인점 부지 역시 2004년 전량 매입했으며, 익산 매장은 아이산업개발이 2005년 5월경 교통영향평가 등 인·허가를 받은 후 10월에 삼성테스코로 명의가 변경됐다.
현행 건축법 시행규칙은 건축물을 양수할 경우 해당 관청에 신고만 하면, 별다른 절차 없이 인정해주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해당지자체는 일정 면적 이상의 건축물에 대한 심의는 까다롭게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양도·양수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홈플러스의 이런 행태를 법의 허점을 이용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 감만동 인근 지역 주민은 “용역직원들이 상인들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진압하는데도 홈플러스는 가만히 있다 공사가 끝나면 사버리겠다는 심보다” 면서 “차려놓은 밥상에 젓가락질만 하겠다는 것 아니냐” 고 비난했다.
또 전주지역 백만광역도시추진포럼(대표 차종선)은 성명을 통해 “홈플러스가 전주시를 비롯한 도내 3개 지역에 매장을 개업하면서 인·허가의 편의를 위해 편법적으로 차명을 사용한 것은 명백한 상도의의 실종이며 비양심의 발로”라며 “전주시를 비롯한 해당 자치단체는 대형할인점 부지로 내어준 인·허가를 즉시 취소하고 교통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명확한 근거에 따라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포럼은 또 “자치단체가 이를 진행하지 못할 경우 1만 5천명 회원, 지역중소상인과 함께 생존권과 지역상권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 및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감만동 홈플러스 공사 현장에는 지난달 상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용역 직원들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큰 공사가 있을 때 주로 용역 직원들이 동원된다” 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은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존권 보장을 위한 힘든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 3월 4일에는 공사 현장 앞에 모여 ‘재래시장신위’, ‘영세상인신위’라는 만장과 상여를 들고 행진을 벌였다.
“아이고 아이고 영세상인 다 죽는다. 어이야 어이야” 라는 곡소리를 내며 이들 상인들은 인근 감만시장과 남감시장을 돌며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재래상인 이모씨는 “(지역 상인들에게는) 생계수단 자체가 흔들리게 될 극한의 상황이지만 입점을 허가해주는 지자체도, 이익 창출을 위해 지역 상권마다 집요하게 출점을 계속하고 있는 대형 할인점도 누구하나 상생을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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