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중국 은행권의 수익률이 갈수록 곤두박질 치고 있다.8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그동안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온 공상·농업 등 국유 대형은행과 초상(商业招商) 등 주요 민간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일제히 대폭 감소했다.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중국의 ‘뉴 노멀’ 추세로 자리 잡은 성장둔화와 변동성 증대로 ‘2선 도시’(4대 직할시 제외)에 있는 2선 은행, 특히 중소형 은행 등이 조만간 수익개선 및 자본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전문가들은 중국 은행권이 ‘각개 경영’이 아닌 정부 정책 테두리 안의 은행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구조여서 금리와 정책금융 등 거시경제 정책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공상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1494억 위안) 증가율이 0.7%에 머물렀다. 작년 동기의 7%에 비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다.농업은행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4년 상반기의 순이익 증가율이 13%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0.3%에 그쳤다.교통은행도 순이익이 373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1.50% 늘어나는데 머물렀다.세 은행의 무수익 여신(NPL) 비율은 급증했다.공상은행의 NPL 비율은 작년 말 1.13%에서 올 3월말 1.29%로 올라갔다. 6월에는 이 은행의 연간 부실대출 비율 경고지표(1.45%)에 근접한 1.40%까지 상승했다.
농업은행 NPL 비율은 올해 3월말 1.65%, 6월말 1.83% 등으로 상승했다.교통은행의 연체 90일 이상 대출 규모는 작년 말 446억 위안에서 올해 6월말 710억 위안으로 단기간내 급증했다.중국경제관찰망은 올 상반기 시중은행 부실채권 잔액과 ‘요주의’ 채권 잔액이 각각 2493억 위안과 5515억 위안으로 늘었고, 전체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50%와 3.69%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이렇게 부실여신 비중이 확대되고 잇단 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감소한 것이 수익 악화의 주요인이다.전가림 호서대 교수(국제관계)는 중국은행들이 30년간 저축장려 정책에 의존해 영업해오다 보니 경쟁력이 약하고 자본 건전성 강화 등 자구 노력도 등한시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정착되면 도산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은행이 정부의 성장률 제고와 재정 정책수행 역할을 떠맡은 것도 큰 부담이다. 당국은 유동성을 늘려도 이 자금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국유·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들에 압박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대출을 꺼리는 은행들에 단기 유동성 회수 등 징벌 조치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중국 은행권이 수익악화·부실채권·금리 자유화·인터넷금융 등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박사는 “예대마진 축소에 부실 채권 급증, 금리 자유화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은행들이 파산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디플레로 금리가 인하되고 은행 수익성은 계속 나빠지는 등 경기침체 지속 상황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수익성 악화 현상이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그는 중국 은행권 위기 배경과 전개 과정을 분석하면서 한국도 추가 금리 인하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