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변수 아니라는 시각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올해가 될 것이냐’,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니라는 시각이다.12일 FF 금리선물 시장은 미국의 9월 고용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내년 3월에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노동부가 이달 초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4만2000명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 20만3000명을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 이는 2개월 연속 20만명 아래에 머문 수치다.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11일(현지시간) 연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이것이 예상일 뿐, 약속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더욱이 다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도 내년 금리인상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이 가운데 중국이나 신흥국 위기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신흥국 경제를 놓고서는 최근 들어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중국의 수요 둔화로 인한 자원 수출국의 경제 위기에다 자본 유출 우려에 따른 통화가치 급락은 신흥국을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일 “현재 세계 금융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라고 경고했다.IMF는 보고서에서 신흥국 시장의 민간 기업은 5년간 이어진 세계 경제 저성장 속에서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초과 채무는 3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은 여전히 취약하고 유동성 위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IMF는 강조했다.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보다 0.2%포인트 낮은 3.1%로 예상했다. 신흥국과 개도국 성장률 전망치도 0.2%포인트 낮춰 4.0%로 예상했다.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보다 0.3%포인트 낮춘 5.8%로 제시했다. 특히 올해 신흥시장에서는 1988년 이후 거의 30년만에 처음으로 자금 순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과거 우려만큼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시장이 한두달 정도 안도감을 느낄 수 있고, 달러화 강세가 잦아들면서 원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LIG투자증권의 김유겸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이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자본유출 리스크가 두 달 이상의 잠복기에 들어가고 달러화 강세가 후퇴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러나 미국이 언제 금리를 올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계속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등의 명확한 언급이 나오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12월까지 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이 남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소시에테제네랄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독립변수가 아니라면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불안이 해소될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는 지금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덕분에 안정됐지만 “중국이 의미 있게 회복하지 못하면 안도감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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