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G2 리스크 등 악재 여전…올 3%대 달성은 어려울 듯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6분기 만에 전기대비 1%대를 회복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힘입어 소비회복과 기저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2%를 기록함으로써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동안 지속해온 0%대 성장률 행진에서 벗어났다.
올 3분기 성장률은 지난 2010년 2분기에 1.7%를 기록한 이후 21개 분기(5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이런 성장률 반등은 무엇보다 2분기에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민간소비가 1.1% 증가로 돌아서고 건설·설비 투자의 증가세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민간소비는 2분기에 메르스 타격으로 위축돼 증가율이 -0.2%를 기록했는데 3분기엔 플러스로 돌아섰다.이는 정부가 추경 편성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개별소비세 인하, 8월 임시공휴일 지정,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데 따른 효과로 볼 수 있다.3분기엔 건설투자가 4.5%, 설비투자가 2.0% 증가하며 1%대 성장에 힘을 보탰다.업종별로도 2분기에 가뭄 타격으로 전기대비 -12.2%를 기록했던 농림어업의 생산이 6.5%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두드러졌다.2분기에 증가율 0%를 기록했던 서비스업은 1.0% 증가했고 건설업도 2분기 0%에서 3분기엔 5.3%로 증가율이 상승했다.다만 제조업은 2분기 1.2%에서 3분기 0.1%로 생산 증가세가 둔화됐고 수출도 -0.2%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분기 성장률이 1%대를 회복하고 위축됐던 소비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이는 메르스 사태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수준에 불과할 뿐 본격적인 경기개선 흐름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민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이에 따라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기대하는 올해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올 1분기 0.8%, 2분기 0.3%, 3분기 1.2%의 성장률을 고려할 경우 올해 4분기 성장률이 1% 수준으로 나와도 연간으로는 한은이 전망한 2.7%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앞서 한은은 지난 1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기존 2.8%에서 2.7%로, 내년은 3.3%에서 3.2%로 각각 낮췄다.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까지 나온 실적을 토대로 했을 때 단순 계산을 할 경우 4분기에 성장률이 0.9% 정도 나오면 올해 한은이 전망했던 연간 성장률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앞으로의 경기 흐름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정부가 내놓은 추가경정예산과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정책 효과는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인데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급증한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이제 한은의 금리 인하는 더이상 쓰기 어려운 카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런 마당에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여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한층 위축될 공산이 크다.대외적으로도 중국 경제의 부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신흥국 경기불안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들은 산적해 있다.따라서 일시적 경기부양 정책보다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중국과 신흥국 경기불안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경기개선 흐름이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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