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연구소 ‘전자수단만 지불결제 허용’ 추진 제안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현금 없는 사회’가 세수 결손을 줄이는 등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지난 23일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카드 보급률에도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현금 없는 사회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국내 경제 전반의 비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없는 사회는 신용·체크 카드 같은 전자 수단을 활용한 지불결제만 허용하는 경제 시스템이다.최근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이스라엘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현금 결제 비중을 줄이면 지하경제 규모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 실장은 주장했다.지난 2011년 매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현금 결제 비중이 50% 이하인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12%이지만 현금결제비중이 80% 이상인 국가들의 지하경제 규모는 평균 32%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현금 없는 사회에선 경기 불황기에 소비 촉진을 위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여건이 마련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현금 보유와 관련된 강도, 절도, 탈세, 뇌물 공여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미국 미주리주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생활보조금을 현금 교환 쿠폰에서 기명식 전자결제카드로 전환하자 범죄율이 9.8% 감소한 바 있다.이 실장은 “결과적으로 볼 때 현금 없는 사회는 경제 시스템 각 부문의 비효율성을 제거해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2013년 무디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8∼2012년 5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드 보급이 이들 국가의 총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기여하는 효과는 연평균 0.17%포인트로 조사됐다.이 실장은 지하경제 규모가 큰 한국에서도 현금 없는 사회가 추진되면 경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20%)을 넘는 25%로 추정되고 있다.이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카드 사용 소득 공제 혜택을 2016년에서 더 연장하는 등 비현금 결제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불결제 시스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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