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간 수수료 수익 6700억 원가량 감소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을 두고 일각에서 인하폭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세상인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카드사의 수익 감소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지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9일 ‘카드수수료 인하방안 관련 쟁점 및 과제’ 보고서에서 “이번 수수료율 인하는 감소된 자금조달 비용에 비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하락 등을 근거로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현 수준보다 0.7%포인트,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은 평균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수수료 수익이 67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조사관은 “저금리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했다지만, 신용카드의 경우 대금 결제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 달 남짓이어서 비용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며 “체크카드도 직불성인 만큼 저금리로 인한 비용감소와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조사관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서비스 부문을 축소하거나 연회비 인상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후생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최근 3년간 79건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수익이 급감할 경우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조사관은 “영리기업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감소를 감내하라는 요구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수료 인하정책 대신 카드사와 가맹점이 대등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가맹점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정훈 연구위원도 ‘계간 여신금융’에 기고한 글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카드사의 이익이 늘었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격앙된 주장”이라며 “대부분 재무지표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카드사의 수익성은 정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가맹점 수수료율은 내린 적은 있지만 오른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카드사의 이익이 줄더라도 수수료를 올릴 수 없는 것처럼, 이익이 늘었다고 수수료를 낮추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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