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영구채, 사실상 단기 차입금”..자본 인정 안돼
스텝업 조항 부담 때문에 콜옵션 행사해야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지난 2012년 ‘자본’이냐 ‘부채’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영구채가 최근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했다.영구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2012년 발행 당시 금융당국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다 결국 자본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체성을 두고 부채냐 자본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들어 시장은 영구채를 부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영구채가 주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시간이 갈수록 이자비용이 늘어나 대부분의 기업이 상환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영구채를 ‘차입금’으로 해석했다.특히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영구채가 고금리로 발행돼 만기 도래 시점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험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27일 신용평가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대부분의 영구채가 미국채 금리와 연동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반영되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대한항공은 지난달 3억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외화 영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으로 3년 마다 조기상환조항(콜옵션)이 포함됐다. 최초 이자율은 미국채 금리에 1.3%를 가산한 연2.5%로 책정됐다. 이후 발행 3년 후는 최초 이자율에 연4.0%를 더하고 5년 후는 이에 연3.0%를 더하며 여기에 미국채 금리가 조정 적용되는 구조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이자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두산중공업의 유럽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은 이달 3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발행했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만기 30년에 3년 콜옵션 조건이다. 금리는 미국채 3년물 금리에 1.35%를 가산한 2.5%로 3년 이후는 여기에 1.4%가 더해진다.풀무원도 지난 15일 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 30년에 금리는 연6%로 3년이 지난 뒤 콜옵션 권리가 부여됐다. 가산금리는 3년 이후 상환되지 않을 경우 2%포인트가 적용되며 그 후 매년 0.5%포인트씩 더해진다.현대오일뱅크 역시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225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지난 11일 발행했다. 현대상선의 자회사인 현대벌크라인도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이를 자본으로 재무제표에 계상하지만 실상은 조기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영구채를 차입금으로 인식하고 있다.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영구채에 대해 조기상환가능 조건을 이유로 사실상 부채로 규정했다. 표면적 만기를 차치하고 회사가 조기상환권을 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신세계건설은 지난 6월 만기 30년 영구채를 연5.3%로 발행하면서 콜옵션 방식을 부여했다. 발행 2년 후 조기상환이 안되면 2.5%포인트를 가산한 뒤 매년 0.5%포인트를 더해 만약 콜옵션 미행사시 이자율은 8년째에 연10%를 넘고 30년이 되면 연21.30%가 된다.한신평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은 올해 발행한 영구채로 회계상 부채비율이 감소했다”며 “하지만 발행 2년 후 이자율이 크게 상승하는 조항(스텝업)이 있어 신세계건설은 조기상환권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으로 차입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영구채가 스텝업 금리 형식이라 결국에는 채권을 상환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자본으로 계산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할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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