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직장엔 비리가 들끓는다
[매일일보=송병승기자]'신(神)의 직장'이라 불리며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LH공사)가 최근 각종 비리에 연루, 파렴치한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공기업인 LH공사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니다. <매일일보>은 최근 불거진 LH공사의 판교신도시 건설과정의 대집행 과정 중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집중 취재 했다.
LH공사 직원들 ‘판교신도시 재개발 과정 중 철거업체들로부터 수억원대 뇌물 수수’
철거민들 “우리 실정에 맞는 합당한 보상해달라” LH공사측 ‘꿀먹은 벙어리’
LH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토지공사와 한국주택공사가 합병되어 만들어졌다. 이 두 공기업은 합병 전부터 국민들을 위해야 하는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채 ‘땅장사’, ‘집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본분 망각한 채 ‘장사’에만 눈먼 LH공사
지난 14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LH공사 위례사업단 차장 송모(45)씨등 LH공사 직원 28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뇌물을 공여한 배모(32)씨등 3명은 뇌물 공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현재 뇌물수수혐의를 받은 명단은 LH공사에 통보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송모씨 등은 2006년부터 2008년 초까지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경기지역 보상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판교, 군포, 안산 등에서 시행한 건축공사의 행정대집행의 수주와 관련해 용역업체 대표 배모씨로부터 1회 300~400만원씩 수 십 차례에 걸쳐 수주 대가로 2억5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정경찰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진행 중인 수사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신분이나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가 없지만, 배씨가 뇌물공여와 관련한 서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혐의 사실 인정에 관련한 수사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몇 명의 관련자들은 혐의를 인정한 상태이고, 몇 명은 반시인 반부정 하고 있는 상태다. 완전 부정하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받아내고 이를 맞춰보는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수사가 4월부터 착수되어 현재 진행 중이고, 경찰 측에서도 뇌물수수혐의를 받은 명단을 LH공사에 제출한 상태지만 LH공사 측은 ‘부서 떠넘기기’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LH공사의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 행태
<매일일보>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LH공사 측의 입장을 들어 보기 위해 수차례 담당부서와 전화통화를 거친 뒤 5월 17일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LH공사 본사를 방문했지만 담당부서측은 먼저 홍보실을 거친 뒤에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본지는 먼저 홍보팀 관계자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 결정나지 않은 상황이라 잘 모르겠다. 담당부서가 있으니 그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한 관련부서인 전략팀 관계자는 <매일일보>이 찾아간 날 내내 사무실에 있다가 정작 <매일일보>이 만나려 왔다고 하자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인터뷰를 회피했다. 이후 수차례 전화 시도 후 연결된 이번 사건의 전략팀 관계자는 “알고 있는 내용이 없다.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답변 할 수가 없다. 홍보실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라”며 부서 간 책임 떠넘기식 행태를 보였다.귀 막고 입 닫은 LH공사
문제는 비리 뿐만이 아니다. 현재 성남시에 위치하고 있는 LH공사 정문 앞에는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 판교지부 회원들이 사진전과 차량 스피커를 통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판교에서 공장세입자로 살았다는 이들은 2005년 강제철거가 시작된 이후부터 천막 및 차량에서 생활하며 6년째 LH공사를 상대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LH공사의 무차별적인 폭력 철거와 부당한 보상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현장에서 투쟁을 진행중인 A모(53세)씨는 <매일일보>과 인터뷰에서 “LH공사에서 통장으로 보상금을 넣어 주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받은 적조차 없다. 또한 우리에게는 국민임대 입주권도 주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는 국민임대 입주권을 준다해도 우리는 들어가지 못한다. 서민에게 맞는 주거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LH공사의 보상을 촉구했다. 또한 B모(72세)씨는 “철거 당시 용역 깡패들에게 하도 많이 맞아서 몸이 성한 곳이 없다”며 “아직까지도 아침에 일어나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성토했다.이들은 오전에는 성남시청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오후에는 이곳 LH공사 앞에서 같은 형식의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맞은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민원이 제기되고 견인차가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름이 지나도록 본사 입구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LH공사 측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매일일보>이 LH공사를 방문했을 당시 건물 안쪽까지 노랫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LH공사 관계자는 “못 봤다. 자주 집회가 있어서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해 LH공사의 그동안의 행태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