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구성해 규모 산정키로…산은·수은 대응력 강화 취지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다만 정부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고 한국은행도 발권력 동원에 부담감을 표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기재부와 한은에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쓸 것이란 설명이다.국책은행은 늘어난 자본을 토대로 부실채권을 처리할 여력을 갖게 된다.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추가 손실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다만 구체적인 자본확충 규모에 대해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필요한 재원 규모를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해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그는 “우선 산은과 수은의 재무상태부터 파악하고 구조조정 비용을 추계할 것”이라며 “조만간 바로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현행법 아래서는 한은이 산업은행에 출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것은 가능하다.국책은행의 상황이 당장 구조조정을 추진 못할 정도는 아니다.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산업은행이 14.2%, 수출입은행이 10.0% 수준이다.하지만 국책은행의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탄창’이 갈수록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경기 침체 여파로 여신 기업들의 건전성이 악화돼 지난해 3조2000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고 1998년 이후 최대인 1조8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산은은 최근 3년 사이에 2조7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은이 떠안은 부실채권(NPL)은 7조3270억원에 이른다.수은도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당기순익이 411억원에 그쳤다. 2014년의 853억원에서 반으로 줄었다.수은은 자기자본확충을 위해 지난해 정부로부터 1조1300억원을 출자받았고 현재 산업은행과 50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논의 중이다.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조선, 해운 등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추가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약 21.7조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약 84.3%인 18조3000억원이 특수은행의 몫이다.수출입은행이 12조5000억원, 산업은행이 4조1000억원 규모다.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사에 대한 익스포저는 1조7700억원이다. 이 가운데 77.6%(한진해운)와 68.4%(현대상선)가 특수은행 부담이다. 실제로 주요은행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위기나 불황에 시달리는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도를 B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거론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을 채권은행들이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는 얘기다.구조조정 자금으로 ‘금융안정기금’을 활용 제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기금은 부실 판정을 받거나 부실 우려가 있어야만 투입할 수 있던 공적자금과 달리 정상적인 금융기관에 출자·대출·채무보증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안정기금은 현재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으로 실효돼 유효하지 않다”며 사용할 수 없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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