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 내주부터 시행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앞으로 금융사 창구직원이 먼저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특정 투자상품을 골라 권유할 수 없게 된다.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고객의 성향보다 높은 위험 상품을 파는 금융사의 행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자본시장 불합리 관행 개선 및 신뢰 제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금감원은 투자 경험이 부족한 보수 성향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금융권의 잘못된 판매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 내주부터 각 금융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고객의 투자 성향보다 높은 위험 등급의 상품을 판매할 때 준수해야 할 절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겼다. 지금껏 금융권에서는 고객이 자기에게 맞지 않는 높은 위험 등급의 금융상품을 스스로 산다는 내용을 확인하는 ‘부적합 금융투자상품 거래 확인서’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었다. 자본시장법상의 ‘적합성 원칙’에 따르면 금융사는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금융상품을 팔면 안 된다. 그런데 이 확인서가 사실상 면죄부 역할을 해 줌으로써 금융사가 별다른 제약 없이 위험상품 투자 권유를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금감원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고객이 확인서를 썼어도 창구 직원이 특정 금융상품을 먼저 권하지 못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금융사는 앞으로 자기 성향보다 높은 위험 등급의 상품을 사려고 하는 고객이 있어도 판매 상품의 목록만을 수동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만일 고객이 이 목록에서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특정 상품을 찍어 물으면 그때 해당 상품의 수익률과 투자 대상 등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고객이 일단 확인서만 쓰고 나면 창구 직원이 바로 적극적으로 특정 상품을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해 고객의 성향보다 높은 위험 상품을 파는 금융사의 행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는 ‘적합성 원칙’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민사적 책임을 가리는 데만 도움이 될 뿐 이를 어겼을 때 부과되는 행정적 제재나 형사적 처벌 규정이 없는 상태다. 한편 금감원은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금융투자협회가 함께 참여하는 ‘4자간 정기 협의체’를 가동해 상장사의 증권사 애널리스트 활동 보장 및 애널리스트 분석 보고서 객관성 제고 방안 등과 관련해 해당 기업과 애널리스트 간의 의견 차를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일부 상장 기업이 자사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갈등을 빚은 데 따른 대책으로 나온 것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주가조작,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엄단을 위해 ‘전력자 데이터베이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금감원은 △ 증권 투자설명서를 간소화한 핵심투자설명서 도입 △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제도 개선 △ 인터넷 펀드 판매 실태 점검 및 금융사 임직원 자기매매·자전거래 단속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현장 곳곳에 있는 불편하고 부당한 관행을 개선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이 시장 참가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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