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아파트 집단대출 증가세 유의해야”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기준금리가 1.25%로 내려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이에 따라 제2금융권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나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관리에 정부가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가계신용(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한 금액) 잔액은 사상 최대치인 1223조7000억원이다. 정부가 전국의 은행권 주택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초기부터 원금을 나눠 갚도록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영향이다.분기별 증가세는 지난해보다 둔화됐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2~4분기에 3개 분기 연속으로 30조원대 증가세를 보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20조6000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해 월 6조~7조원까지 늘었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올해 1~2월 2조원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3월부터 다시 증가 폭이 커져 4월에는 5조2000억원, 5월 6조7000억원 늘었다.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집단대출 금액이 급증했다.
은행권 대출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문 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 등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올해 1분기 중 잦아들었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금리 인하로 다시 빨라질 공산이 크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정부가 가계대출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좋았던 지난해 말 상황에 후행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도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연 소득 4∼5분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빚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고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취약계층 부채의 부실, 집단대출 부실 등이 불거지면 잠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신 부문장은 “가계부채의 전체 규모 증가세는 피크(정점)가 지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규제 바깥에 있는 제2금융권,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문제를 미시적으로 관리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은행권에 이어 보험권에서도 대출심사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이와 함께 정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비중을 올해 말까지 45%로, 고정금리 비중은 4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